민간기업에선 조직 혹은 개인 실적에 따라 수백~수천만원 이상의 인센티브를 준다. 그러나 실적을 매출 등 숫자로 집계하기 힘든 과학기술계에서는 남의 나라 일이다.

연구자들의 ‘기’를 살리기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시행하기로 한 출연연구소가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최근 엄격한 심사를 거쳐 원내 ‘연구실적 톱 2’로 뽑힌 장종산 바이오리파이너리연구그룹장(책임연구원)과 서영덕 나노기술융합연구단장에게 각각 성과급 1500만원을 줬다. 연구원 내 분위기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장 연구원은 “24년 동안 연구원에서 일하면서 이런 인센티브를 받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기술이전을 성공시키면 보통 이전 금액의 50% 내외에서 인센티브가 주어지지만 순수 연구단계에서 이런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대덕연구단지에서 전례가 없다.

장 연구원팀은 에너지절약형 수분제어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수분 흡탈착력이 큰 나노세공체(나노 크기의 구멍이 뻥뻥 뚫려 있는 소재)를 프랑스 국립과학원(CNRS) 연구팀과 함께 개발했다. 또 이를 히트펌프(heat pump)에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를 냈고 관련 논문을 이번 달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지에 실었다.

히트펌프란 버려지는 열을 열역학적 원리를 통해 되살리는 것이다. 태양열 지열 폐열 등 재생에너지 발전기의 기본 원리이지만 수분 제어가 어려워 현실에서는 구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연구팀의 나노세공체 기술은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로 세계 선두를 달리는 독일 프라운호퍼ISE의 눈길을 끌었고, 현재 공동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기술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선정한 지난해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선에 들기도 했다.

서 단장은 모든 분자에서 나오는 고유한 신호인 ‘라만신호’ 연구의 권위자다. 라만신호는 분자를 구성하고 있는 원자 간 진동을 포착하는 것으로 일종의 ‘분자 지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기술은 의학적인 잠재력이 크다.

서 단장은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내면 그에 걸맞은 보상이 있다는 안도감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서 단장은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이후 해외 대학, 연구소, 벤처기업 등을 거치며 물리학 나노광학 등을 섭렵한 융합형 과학자다. 2003년 최연소(당시 36세) 책임연구원으로 화학연구원에 스카우트됐다.

이들 외에도 촉매를 이용해 낮은 온도에서 나프타 분해공정을 SK에너지에 기술이전한 박용기 책임연구원이 이전 실적(약 3억원)을 인정받아 1000만원의 특별보너스를 받았다.

화학연은 앞으로 5억~10억원 이상 기술이전 실적을 올린 연구팀에 각각 1000만원, 2000만원의 특별성과급을 부여하기로 했다. 물론 통상 지급하던 기술이전 금액의 50% 내외 인센티브는 별도다. 또 일반→선임(연구원), 선임→책임 등으로 특별 승진시키고 특별 휴가도 주기로 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