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油 …휘발유 1ℓ 2000원 돌파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평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ℓ당 2000원을 넘어섰다. 기름값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져온 2000원 선마저 깨고 치솟으면서 서민 가계는 물론 항공·해운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유류세 인하 논란도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소비자가 절반 가까이가 세금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0.74원 오른 ℓ당 2000.29원을 기록했다. 보통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6일 1933.51원을 기록한 이후 53일째 상승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24일 기준 배럴당 1.35달러 오른 121.57달러를 기록했다. 두바이유가 120달러를 넘어선 것은 3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ℓ당 1989.62원)을 기준으로 유류세는 918.55원으로 46.2%를 차지한다. 정유업계는 유류세를 10% 내리면 휘발유 가격이 90원가량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작년 4월 정유 4사가 100일간 ℓ당 100원을 내리며 희생한 만큼 이번에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통해 기름값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컨틴전시 플랜 따르겠다”

기획재정부는 유류세 인하를 언급할 단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두바이유가 배럴당 130달러를 초과하면 유류세 인하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명시돼 있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두바이유 가격이 5일 이상 배럴당 130달러를 넘으면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현재 ‘주의’ 단계인 에너지 비상경보를 ‘경계’로 높인다. ‘경계’ 단계가 되면 공공기관의 승강기 운영이 6층 이상에서만 가능해진다. 또 승용차 요일제가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야간 조명이 영업시간 외에는 강제 소등된다.

최상목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원칙에 대해서는 이미 장관이 직접 밝힌 바 있다”며 “정부는 아직 유류세 인하를 검토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유가 상승기에 유류세 인하는 세수 감소만 가져올 뿐 가격 인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008년 정부는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10% 내렸으나, 기름값 상승이 계속되면서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환율정책 바꿀까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외환당국의 환율 정책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다. 올 들어 27일까지 원화가치는 2%가량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하는 데 그쳐 국제유가 상승 충격을 상쇄할 수준이 아니다. 국제 유가는 올 들어 10% 이상 뛰었다.

한국은행의 경제분석 모델을 보면 국제 유가가 10% 오를 경우 소비자물가는 0.2%포인트 오르고 그 영향으로 경제성장률은 0.2%포인트 떨어진다. 이 같은 충격을 완화하는 수단으로 큰 폭의 환율 하락을 용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정부가 시장개입을 통해 환율을 인위적으로 끌어내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외환당국은 그동안 취해온 ‘완만한 환율 하락’ 정책을 바꿀지가 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정호/주용석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