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투자금 100억원 필요한데…강남 큰손, 에버랜드 '사자'
“에버랜드 주식을 사려고 하는데 어떻겠습니까.”

장외 주식정보 사이트 프리스닥의 정인식 대표는 최근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한국장학재단이 매물로 내놓은 에버랜드 주식 10만6149주(전체의 4.25%)를 개인도 살 수 있다는 내용이 알려진 이후부터다. 최소 투자금액이 100억원 안팎에 달할 전망이나 의외로 찾는 이들이 많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에버랜드 주식에 부유층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이유는 ‘갖고 있으면 언젠가는 큰돈이 될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에버랜드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상 가장 중요한 회사다.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의 정점에 에버랜드가 있다. 2007~2010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15.1%에 이를 정도로 성장성도 돋보인다.

여기에 희소성과 상징성까지 겸비하고 있다. 에버랜드 주식은 장외 유통시장에서 한 번도 거래된 적이 없다. 장학재단 보유지분 이외에는 앞으로 거래될 주식도 없다.

개인이 에버랜드 입찰에 참여해 에버랜드 주식을 직접 사는 건 사실상 힘들다. 입찰 참여 최소수량이 5000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주당 장부가치(약 212만원)와 삼성카드가 KCC에 17%를 팔면서 적용한 주당 182만원을 감안하면 1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상장 후 매각할 경우 내야 할 양도소득세도 부담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경우 지분율이 3%를 넘거나 지분 가치가 100억원 이상이면 10~30%의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 언제 상장할지도 미지수다.

증권사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찰형 주식신탁’이나 ‘사모펀드(PEF)’에 대한 수요 조사에 나섰다. 다수의 프라이빗 뱅크(PB) 고객이나 개인투자자들로부터 100억원 이상의 돈을 모아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증권사별 신탁 최소투자금액은 1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이 경우 상당수의 부유층이 신탁에 가입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장학재단은 내달 8~9일 인수의향서(LOI)를 동양증권을 통해 접수할 예정이다.

안재광/김태호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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