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의 콧대 '하늘' 찔렀다
내년부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전 세계 항공기에서 샤넬의 화장품 및 향수 제품을 만날 수 없게 된다. 프랑스 샤넬 본사가 ‘기내 면세점은 샤넬을 팔기에 적절한 장소가 아니다’는 이유로 주요 항공사에 제품을 빼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26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내년부터 전 세계 기내 면세점에서 완전히 철수키로 결정하고, 최근 이런 내용을 대한항공 등 주요 항공사에 통보했다.

샤넬 관계자는 “샤넬의 가치를 고객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선 샤넬 브랜드와 제품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은 전문인력이 샤넬의 품격이 묻어나는 전문 매장에서만 판매해야 한다”며 “승무원들이 (샤넬뿐 아니라 수많은 면세품이 담긴) 카트를 밀면서 판매하는 기내 면세점은 샤넬과 안 어울린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샤넬은 핸드백 보석 시계 등 고가제품은 백화점과 시내 및 공항면세점 등에 자리잡은 전용 부티크에서만 팔지만, 화장품 향수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은 기내 면세점과 대형 화장품 편집숍 등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샤넬을 만날 수 있는 장소는 백화점과 시내·공항 면세점 등에 있는 샤넬 전문매장으로 줄어들게 됐다.

항공사들은 샤넬의 일방적인 철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샤넬이 워낙 인기 있는 브랜드란 이유에서다.

샤넬은 지난해 대한항공 기내 면세점에서 각각 향수 부문 판매 1위와 화장품 부문 판매 5위를 차지했다. 항공사들은 또 샤넬의 이번 결정이 자칫 다른 명품 브랜드들의 동반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대한항공 기내 면세점 매출(약 2300억원)에서 샤넬(50억~6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3%도 안 된다”며 “대한항공을 비롯한 항공사들이 진짜 걱정하는 건 ‘샤넬 철수→기내 면세점의 고급 이미지 추락→다른 명품 브랜드 연쇄 철수’ 시나리오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