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드리화장품의 부도는 급변하는 국내 화장품 시장에 걸맞은 제품과 마케팅 방법을 내놓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2000년대 중반부터 더페이스샵 미샤 에뛰드하우스 등 저가형 브랜드숍이 등장해 인기를 끌면서 중가의 나드리화장품은 설 곳을 잃은 탓이다.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와 명동 등 로드숍에서 판매하는 저가 브랜드숍 사이에서 충성고객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한 것이다. 결국 최근 몇 년간 매출은 줄고 손실은 계속 증가하는 등 경영난을 겪다 어음을 막지 못했다.

국내 한 브랜드숍 관계자는 “나드리는 제품개발 공장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기술력을 담은 제품을 내놓긴 했지만 가격대도 애매하고 이를 잘 알리지도 못했다”며 “이젠 저렴한 브랜드숍들에서도 고기능성 제품을 내놓고 있어 단순히 기능성만 갖고는 승부를 걸 수 없는 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나름대로는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지만 주인이 몇 번 바뀌면서 시대가 요구하는 발빠른 대처를 못해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방문판매 쪽에선 매출이 꽤 나왔던 것으로 안다”며 “2030 젊은층에 어필하지 못해 어려워진 것”이라고 전했다. 2010년 매출은 286억원으로 전년 대비 21.4% 줄어들었고, 14억원의 영업손실과 27억원의 순손실을 내는 등 적자규모가 커졌다.

나드리화장품은 식음료업체인 한국야쿠르트가 1978년에 설립한 회사로, 처음엔 야쿠르트화장품이란 사명을 쓰다 1990년에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이후 한국야쿠르트 관계사로 편입됐다 2006년엔 대상그룹 계열사인 유티씨인베스트먼트에 인수됐다. 그러나 대상그룹은 3년 뒤인 2009년에 유충민 블룸즈베리에셋매니지먼트 대표에게 나드리화장품을 매각했다.

나드리화장품 관계자는 “임·직원들의 회생 의지가 강한 만큼 법원의 회생절차 승인이 떨어지면 빨리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