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큰 덩치도 투자자엔 부담
투자의 귀재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가 주식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WSJ는 후계구도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올해 82세인 버핏 회장은 아직 후계구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유력한 후계자 후보였던 데이비드 소콜 미드아메리칸에너지 회장이 주식 부당거래로 사임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누가 후계자가 되건 버핏만큼 성공적으로 투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또 비대해진 기업 규모 때문에 벅셔해서웨이 주식을 기피한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벅셔해서웨이의 자산 규모는 1600억달러를 넘어섰다. 주가가 탄력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졌다는 지적이다. 비대해진 기업 규모 때문에 후계자뿐 아니라 버핏 자신도 경영상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벅셔해서웨이의 주주 구성이 달라진 점도 주가가 지지부진한 이유다. 과거에는 회사를 잘 이해하고 충성도 높은 장기 투자자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뮤추얼펀드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잇따른 기업 인수·합병(M&A)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주식을 발행했기 때문이다. 이런 투자자들은 투자 기간이 짧은 데다 70여개의 사업을 보유한 벅셔해서웨이의 사업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회사 맥스캐피털의 맥스 올슨은 “벅셔해서웨이 주가는 장기적으로 항상 시장수익률을 상회하지만 모든 주주들이 과거처럼 인내심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벅셔해서웨이는 2010년 초 철도업체 벌링턴노던샌타페이 인수를 위해 주식을 액면분할한 후 가격이 싼 B주를 S&P500 지수에 편입시켰다. 당시에는 S&P500을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들이 주식을 사들이며 반짝 오름세를 보였지만 이후 2년 동안 S&P500 지수가 27% 상승하는 사이 벅셔해서웨이는 4.2% 오르는 데 그쳤다.
최근에는 버핏 회장과 찰스 멍거 부회장 등 주주들이 주식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도 주가 하락 요인 중 하나다. 빌&멜린다게이츠재단과 같은 자선단체는 기부받은 주식을 정기적으로 시장에 내다팔고 있다.
벅셔해서웨이 주가가 맥을 못 추는 것에 대해 버핏 회장은 “투자자들이 단기적인 주가 흐름보다는 회사의 장기 전망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40여년의 역사 동안 벅셔해서웨이 주가가 5년간의 시장수익률을 하회한 적이 없기 때문에 1년이 아닌 5년 단위로 회사를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버핏 회장 역시 주가 하락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가을 이례적으로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