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올스톱'…세종시 공사 차질
“오늘 정부청사동 지붕층에 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전국 레미콘 공장의 조업이 전면 중단된 22일 세종시 일부 건설현장에 차질이 빚어졌다. 기획재정부 등이 입주할 행정도시 정부청사 1단계 2구역 내 첫 건물은 이날 레미콘이 공급되면 지붕층 작업을 예정했지만 서둘러 다른 작업으로 변경했다.

현장 관계자는 “레미콘 차량이 들어오지 않아 작업을 하지 못해 다른 작업으로 대체했다”며 “공급 중단 사태가 장기화되면 전체 공정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1단계 정부청사 건물들은 오는 11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입주가 시작된 세종시 첫마을 내 일부 부대시설도 공사에 차질을 빚었다. 첫마을 3공구에 위치한 한솔중학교와 인근 아파트를 잇는 소규모 다리 공사에도 레미콘이 공급되지 않아 하루종일 작업을 하지 못했다. 관계자는 “그 많던 레미콘 차량이 오늘 단 한대도 보이지 않았다”며 “이 다리를 시급히 연결해야 주민들 왕래가 더 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레미콘 공급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세종시 전체 건설 일정도 차질이 예상된다. 개막을 불과 80여일 앞두고 있는 여수세계박람회장 건설현장도 발목이 잡혔다.

박람회장 내부공사는 대부분 골조공사를 마친 상태여서 영향이 크지 않았지만 인근 도로공사는 올스톱됐다. 여수시 관계자는 “조업중단이 장기화되면 내달 말로 예정된 공사마감일정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아파트 공사현장들도 조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서울 논현동의 한 재건축 사업장의 경우 레미콘 수급을 받지 못해 골조공사에 차질을 빚었다. 현장 관계자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진행되지 못해 인부들이 손을 놓고 있다”며 “레미콘 조업중단이 장기화되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올초 시멘트업체들이 t당 6만7500원이던 시멘트 가격을 7만6000원으로 인상하면서 촉발됐다.

중소 레미콘업체들의 모임인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소속 750여개사와 유진기업 삼표 아주산업 등 한국레미콘공업협회 소속 14개 대형 레미콘 회사들의 전면적인 조업중단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시멘트업계 레미콘업계 건설업계 등 3자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22일 지식경제부 회의실에서 열린 2차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미콘 조업 중단이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3자 대표들이 이번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한발씩 양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며 “빠르면 이번 주중에 협상이 타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자 대표들은 오는 24일 3차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박영태/임호범(연기)/최성국(광주)/박한신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