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sure&] 한겹 두겹…'레이어링'으로 산뜻한 봄산행
온몸을 움츠러들게 했던 ‘동장군’이 조금씩 밀려나고 있다. 두툼한 다운재킷을 벗고 가벼운 ‘봄 잠바’로 갈아입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길거리를 채우고 있고, 식탁 위엔 ‘봄 나물’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신발장 한쪽에 넣어둔 등산화를 꺼낼 때가 왔다. 하지만 ‘초봄 산행’은 챙겨야 할 게 많다. 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데다 시시때때로 눈, 비가 내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두툼한 겨울 옷을 입었다가는 흘러내리는 땀에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이 봄 산행 옷차림으로 ‘레이어링(겹쳐 입기)’을 권하는 이유다.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으면 상황에 따라 하나씩 벗거나 입을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이다. 등산할 때는 땀과 열이 많이 나는 만큼 겉옷을 입지 않는 게 좋다. 날이 춥다고 출발 전부터 옷을 잔뜩 입었다가는 속옷이 쉽게 땀에 젖는다. 이런 상태로 휴식을 취하면 금세 한기를 느끼게 된다.

따라서 가볍게 입고 출발해 땀과 열을 잘 배출시켜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는 게 좋다. 겉옷은 휴식을 취할 때 입는다.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눈이 내릴 때도 방풍·방수 기능이 있는 겉옷을 입는다.

레이어링은 속옷, 남방, 재킷 등으로 구성된다. 속옷은 신축성이 뛰어나고 땀이 빨리 마르는 소재로 만든 걸 구입하는 게 좋다. 면 소재 내의는 한번 땀에 젖으면 쉽게 마르지 않기 때문에 등산 내내 찝찝한 기분을 줄 뿐 아니라 자칫 감기에 걸릴 수도 있다. 아무리 기능성이 뛰어난 재킷을 입어도 무용지물이다. ‘쿨맥스’나 ‘마이크로 플리스’ 소재로 만든 걸 추천한다. 쿨맥스 소재로 만든 라푸마의 여성용 속옷 가격은 상의 3만9000원, 하의 2만5000원이다.

속옷 위에는 보온 기능이 있는 남방, 스웨터, 플리스 등을 겹쳐 입는다. 투습 및 속건 기능은 기본이다. 속옷을 통해 스며든 땀이 빨리 말라야 쾌적한 산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재킷은 투습·속건 기능에 더해 방수 및 방풍 기능이 있는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악천후에 신체를 보호해주면서 활동하기에 편리해야 한다.

코오롱의 ‘헤리티지 재킷’(55만원)은 고어텍스 소재를 사용, 완벽한 방수 및 투습 기능을 자랑한다. 기능성 재귀반사 테이프를 적용해 야간 산행시 시야 확보를 도와준다. 노스페이스의 ‘코메트 재킷’(42만원)과 아이더의 ‘멕스’ 고어텍스 재킷(39만원) 역시 뛰어난 방수·투습 기능을 갖췄다.

등산화는 편안함과 가벼움, 밑창의 미끄러움 정도 등을 감안해 고른다. 근거리 산행에는 부드러운 등산화를, 울퉁불퉁한 산길을 장시간 올라야 할 때는 밑창이 딱딱한 등산화를 선택하는 게 좋다.

암벽을 타야 할 경우 밑창이 부틸 고무로 된 제품을 신는다. 흙 길이나 잡목 지대를 주로 등반할 때는 요철이 있는 바닥 창으로 된 등산화가 적절하다. 장기 산행에는 발목이 부드럽고 긴 등산화를 신는 것이 피로 방지에 도움이 된다.

[Leisure&] 한겹 두겹…'레이어링'으로 산뜻한 봄산행
K2의 트레킹화 ‘루프’(24만9000원)는 빗물이나 이슬이 안으로 스며들지 않으면서 내부의 열기는 밖으로 배출한다. 한국 산악지형에 맞게 접지력과 내마모성을 끌어올렸다.

봄 산은 변덕이 많기 때문에 등산 용품도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 모자는 머리를 보호해줄 뿐 아니라 체온 조절 기능도 담당한다.

머리는 체온 조절의 30~50%를 담당하며, 인체의 열이 가장 많이 빠져나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모자 하나만으로도 스웨터 한 겹을 입은 것과 같은 보온 효과를 볼 수 있다.

눈에 잘 띄는 색상에 투습·방수 기능이 있는 소재를 사용한 제품이 유용하다. 5만3000원짜리 라푸마 모자는 고어텍스 및 쿨맥스 소재로 제작해 봄·여름철 산행에 적합하다.

등산용 스틱도 준비하는 게 좋다. 겨우내 방안에서 웅크려 지내다 산에 오를 경우 근력 부족으로 무릎을 상하기 쉽다. 등산용 스틱을 사용하면 팔과 다리로 무게를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무릎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안정감 있는 산행을 도와준다. 코오롱의 트레일워킹 전용스틱 ‘올레’(22만원)는 특수 합금(두랄루민 일종) 소재를 사용,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게 강점이다. 스틱 바닥 부분에 고무 덮개를 적용해 잘 미끄러지지 않는다.

배낭을 선택할 때는 산행의 종류와 기간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가벼운 산행 시에는 20~40ℓ짜리 소형 배낭을 준비하면 된다. 1박 이상 때는 50~60ℓ, 장기 등반 때는 70ℓ가 넘는 배낭을 선택한다. 다만 너무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면 어깨와 허리뼈에 무리를 주는 만큼 꼭 필요한 장비와 식량만 챙겨 체중의 15~20% 수준으로 맞춘다. 노스페이스의 ‘텔러스 30’(15만원)은 1박2일 산행에 적합한 중형 사이즈로, 내부와 연결되는 앞 지퍼가 있어 물건을 쉽게 넣고 뺄 수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