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업체 경쟁차종 가격차 크게 줄어···현대차 '품질 격상' 평가

세계 최대 자동차 격전지인 미국 시장에서 한국차와 일본차의 가격 차이가 없어졌다. 현지 전문가들은 과거 존재했던 한국과 일본 업체 간의 품질 차이가 줄어들면서 일본 브랜드의 인기 모델에 통상적으로 붙던 가격 프리미엄이 사라졌다는 평가다.

21일 USA투데이,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자동차 전문조사기관 JD파워는 출고된 지 3년 이상 된 차량이 문제를 일으킨 사례는 1998년 100대당 평균 278건에서 작년에는 132건으로 대폭 감소했다고 전했다.

비교 대상 가운데 가장 신뢰받는 모델이 문제를 일으킨 사례가 1998년 100대당 평균 92건이지만 신뢰도가 가장 낮은 모델은 517건으로 그 격차가 무려 425건이던 것이 올해는 284건으로 크게 좁혀졌다. 그만큼 브랜드별 자동차 품질 격차가 줄었다는 뜻이다.

데이브 서전트 JD파워 전무는 "거의 모든 제조사가 품질을 개선해왔다" 면서 "특히 하위 그룹이 상위권보다 더 빠르게 품질을 향상시켰다"고 강조했다.
한국차 마침내 일본차 추월?…"美서 가격차 없어졌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미국 판매 가격이 지난 몇 년 간 일본차를 바짝 쫓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시장조사기간 에드먼즈닷컴은 미국 소비자들이 지난해 아반떼(미국명 엘란트라)를 살 때 지불한 평균 차값은 1만9711달러(약 2220만원)였다고 분석했다. 이는 경쟁 차종인 도요타 코롤라보다 1500달러, 혼다 시빅보다 300달러 비싼 가격으로 차값이 역전된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 자동차 판매량 조사업체인 오토데이터의 집계 결과 지난해 아반떼의 미 판매대수는 전년 대비 40.5% 증가했다.

중형세단 쏘나타의 상품성 또한 경쟁차인 혼다 어코드와 도요타 캠리에 근접했다는 평가다. 미국 소비자들이 지난해 쏘나타를 구매할 때 10년 전보다 33% 인상된 차값을 지불했다. 반면 어코드 가격은 13% 올랐고 캠리는 10% 오른데 그쳤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쏘나타의 평균 차값은 2만3259달러였다. 5년 전에는 쏘나타가 경쟁차 대비 2000달러 이상 가격차가 벌어졌으나 작년에는 어코드보다 860달러, 캠리보다 500달러 싸게 팔렸다. 판매대수 격차도 크게 줄어 쏘나타가 캠리와 어코드를 바짝 쫓고 있는 추세다.

제시카 칼드웰 에드먼즈닷컴 애널리스트는 "현대차의 차값 인상은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 브랜드에 대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 이라면서 "현대차가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선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USA투데이는 "현대차는 더 이상 가격 인상을 두려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 예로 최근 발표한 그랜저HG(미국명 아제라)의 미국 가격은 구형 그랜저보다 6000달러 높은 3만2875달러(옵션 제외)로 확정했다.

존 크라프칙 현대차 미국법인장은 "우리는 차값이 결코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면서 "현대차는 오랫동안 브랜드 가치를 높여왔고 지금은 최종 목표를 가기 위한 중간 과정을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