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후보 “10년전 발언따지면 완전무결할 사람 어디 있냐. 당시 국민정서 일부를 반영한 것”
민주통합당 전남 장흥강진영암 예비후보로 등록한 황주홍 전 강진군수가 노무현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던 글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장흥강진영암은 현역인 유선호 의원이 호남 불출마를 선언하고 서울 중구로 지역구를 옮기면서 공석이 된 후 5명의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이다. 한명숙 대표 체제 이후 정체성을 최우선 공천기준으로 삼고 있는 가운데 과거 신문 시론을 통해 “노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떠나라”며 사실상 하야를 공개 요구했던 황 후보의 글을 둘러싸고 후보간 공방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지역 후보들에 따르면 문제의 글은 2003년 10월 21일, 황 후보가 건국대 교수시절 S일보 오피니언란에 ‘대통령부터 달라져야’라는 제목으로 쓴 시론이다. 이 글에서 황 후보는 당내에서 청와대 쇄신론이 거론되는 상황과 관련, “오늘의 위기는 노 대통령 스스로 자초한 것이고, 그의 리더십이 확대재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부족함은 세가지 관점에서 지적될 수 있다. 앎의 부족과 성격의 결함,자질 결여 등이 그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시 최도술 총무비서관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위기를 맞은 노무현 정부의 통치위기를 노 전 대통령의 지적수준 결여때문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황 후보는 또 당시 통합신당 김근태 원내대표가 “정보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문제의 핵심인물을 반드시 경질해야한다”며 인적 쇄신론을 주장한 대해서도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하며 반대논리를 폈다. 황 후보는 “오늘의 사태가 대통령 휘하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들의 무사안일과 사욕때문이라고 판단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들의 직속상관이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후보는 당시 책임의 당사자는 노 대통령 자신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차마 대통령을 죽일 순 없는 노릇이므로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자를 죽이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면 이는 노무현 대통령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는 결과가 될 뿐”이라고 반박했다.
황 후보는 노 대통령의 사퇴를 해결책의 하나로 제시했다. 그는 “참으로 하기 어려운 얘기지만,이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위기의 원인인 노 대통령 자신이 대통령직을 떠나는 것”이라고 사실상의 하야를 요구했다. 당시 교수였던 황 후보의 이같은 논리는 보수 언론을 통해 확대재생산되며 이듬해인 2004년 3월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사태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통합당 한 예비후보는 “4월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김대중 노무현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민주통합당에 정신적 가치가 다른 후보가 공천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엄격한 공천심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황 후보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시 최상의 카드는 노 대통령이 그만두는 것이었지만 가능하지 않으니 본인이 쇄신해야 한다는 취지로 쓴 글이었다. 당시 국민정서의 일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0년 가까이 된 발언까지 뒤지면 완전무결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민주통합당은 특정인을 추모하는 정당이 아니다. 현재의 강령에 동의하고 통합의 우산에 들어와 있으면 당시와 다른 사람이 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