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020선을 회복한 17일 증시전문가들은 완만한 상승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외국인 중심의 수급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형주 중심으로 지수를 견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지수 2000선에서는 일부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에 대한 부담이나 우려가 제기됐었지만 미국 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상승 움직임이 다시 살아났다"며 "외국인 중심의 수급 장세가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주가도 계단식 상승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현재 지수를 끌어올리며 유입된 대부분이 프로그램 매수 자금이기 때문에 향후 환율 변동에 따른 유출입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외 변수가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의 고용과 주택 지표가 개선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호전됐다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그동안 주목받았던 중국 경기 모멘텀(상승동력)에 기댄 업종보다는 미국 경기 회복에 민감도가 높은 IT와 자동차가 가장 안정적인 선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밤사이 미국 노동부는 주간 신규실업자 4주 이동평균 역시 1750명 감소한 36만525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주 주간 신규실업수당 신청자 수 역시 전주보다 1만3000명 감소한 34만8000명으로 집계, 시장 예상치 36만5000명보다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달 미국의 주택 착공건수는 전월대비 1.5% 증가한 69만9000채를 기록, 시장 예상치 68만건을 크게 웃돌았다.

곽중보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상승 탄력이 강하진 않더라도 2080선까지는 지속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공격적인 매도 전략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대형주 중 IT·자동차 업종을 중심으로 두고 운용하되 탄력이 둔화될 때를 대비, 실적이 확인된 중소형주를 미리 염두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외국인 수급장세가 풀리는 이후를 염두에 두라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큰 폭의 추가 상승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경제지표 호조와 그리스의 구제금융안 낙관론이 위험자산선호심리를 개선했다"며 "세계 금융시장이 풀리면서 국내에도 외국인 자금이 몰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 팀장은 "그리스 문제는 성격 상 기본적으로 증시를 끌어올릴 수 있는 재료가 아니다"며 "당장의 '무질서한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를 더는 것에 급급했기 때문에 더 증시를 끌고 올라갈 만한 재료가 되진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경기 회복세 역시 워낙 부진했던 상태에서 소폭 개선된 수준이지 기조적인 회복세를 탔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지수가 2030선을 전후로 박스권 흐름을 보인다고 예상해봤을 때, IT 정유 화학 대형주 중에서도 그동안 많이 오르지 못한 '2등 종목'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