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제품기획 단계부터 K팝 스타와 협업하라 "
슈퍼주니어는 지난해 일본 공연에서 스포츠타월 2만5000장, 실리콘밴드 4만개, 캡슐토이 6만개 등 기념상품 판매로만 20억원의 수입을 거뒀다. PMC프로덕션은 인터넷소설 ‘늑대의 유혹’을 뮤지컬화하면서 HOT SES 등 1세대 아이돌의 히트곡들을 사용해 인기를 끌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6일 ‘K팝의 성공요인과 기업의 활용전략’ 보고서를 통해 “K팝이 이끄는 신한류의 인기를 계량화한 ‘K팝 한류지수’를 작성한 결과 초창기 한류의 정점이던 2004년을 100으로 했을 때 지난해 276으로 상승, 7년 만에 2.7배 늘었다”고 발표했다. K팝 열풍을 활용해 비즈니스 기회를 넓히는 다섯 가지 방법도 제시했다.

보고서는 K팝 열풍은 직접적인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뿐 아니라 국가브랜드와 상품 인지도 제고 등 한국의 전략적 자산이 됐기 때문에 파생상품을 늘리고 집객형 상품을 적극 개발하라고 권했다.

또 K팝 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복합공간을 마련, ‘엔터테인먼트 투어 코스’로 진화시키라고 주문했다. 스타의 주거지와 연예기획사가 밀집한 서울 청담동과 삼성동 일대에 스타거리를 조성, 인근 백화점과 쇼핑가를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이란 얘기다.

K팝 패키지 여행 상품도 더 늘릴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한류스타가 출연하는 공연이나 팬미팅 이벤트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는 관광객은 100만명 이상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일반 관광객에 비해 평균 1.5배의 관광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류 관광객이 자주 가는 지역에 K팝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전용공간을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본 도쿄에서는 대표 아이돌그룹 AKB48의 전용공간이 성업 중이다.

"기업들, 제품기획 단계부터 K팝 스타와 협업하라 "
보고서는 또 일반 소비재 기업들은 국가별 인기 스타를 기용해 맞춤형 광고를 적극 내보낼 것을 권고했다.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방하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키라는 얘기다. 대상은 ‘마시는 홍초’의 일본 광고에 걸그룹 카라를 모델로 발탁한 후 지난해 하반기 매출이 상반기의 15배인 470억원에 달했다.

K팝 가수와 컬래버레이션(다른 산업과의 협업)을 통해 홍보효과를 제고하는 것도 중요하다. 광고 모델에 그치는 게 아니라 상품 제작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패션 뷰티산업에서는 디자인, 정보기술(IT) 가전에서는 음향 개선에 효과적이다. 글로벌 패스트패션기업인 H&M은 마돈나, 화장품업체 엘리자베스 아덴은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각각 협업했다. 루이비통은 미국 힙합가수 카니예 웨스트가 공동 디자인한 100달러 이상의 고가 신발을 개발해 히트했다.

기업들이 신흥 시장에 진출할 때 한류팬들을 교두보로 활용할 것도 제안했다. 다만 한류가 지역별로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은 고려해야 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라크에서는 음료 판매가 전년 대비 2000% 늘었고, 휴대전화는 303%, 승용차는 127% 증가했다. 브라질에서는 VTR 190%, 의류 90%, 냉장고는 32% 늘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은 “전통적 개념의 국가와는 다른 가상 국가가 급부상하고 있다”며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SM콘텐츠를 시청하는 세계 각지 팬들이 곧 SM국민”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모든 상품의 기획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진출만을 글로벌 전략의 목표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핵심자원 조달에서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업종별 비즈니스에서는 ‘한국풍’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