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3차 양적완화정책(QE3) 관련 실망, 이란발(發)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16일 코스피 지수는 1.3% 가량 빠져 2000선을 밑돌았다. 그러나 이란 리스크는 내달초 총선을 앞둔 이란 정부의 선거용 이벤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가격조정을 '매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정보기술(IT) 관련주(株)와 중국 모멘텀(상승동력)이 가능한 화학주 등이 매수 시 유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부 부장은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에서 야기된 국제유가 급등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미국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어 국내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그간 지수의 단기 급등으로 주식가격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해묵은 그리스 재정위기 해결 지연과 '이란 리스크'가 차익실현을 위한 빌미로 작용했을 뿐"이라며 "이번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특히 내달초 이란에서 총선거가 치러질 예정인데 그간 불안해진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핵 개발 관련 문제를 정치권이 선거용 이벤트로 내세우고 있다는 게 오 부장의 판단이다.

그는 "경제회복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선 국제유가 상승 역시 커다란 악재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지난해 고점 수준에 도달한 미국 증시뿐 아니라 한국 증시도 과열을 해소하기 위한 구간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주도주 대열에 올라서고 있는 IT 관련주를 비롯해 3월 이후 중국의 긴축완화정책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화학주를 선(先) 매수해 둘 필요가 있다고 오 부장은 권했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 등 유럽발 리스크는 더 이상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나왔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가 민간부문으로까지 번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 모멘텀이 약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지만, 증시 내 풍부한 유동성이 오히려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앞으로 생소한 유럽악재가 등장해도 추세 변화보다 '저가 매수' 기회로 인식해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글로벌 재정위기 이후 기록한 저점 대비 크게 뛰어오르지 않은 업종부터 관심을 가지는 게 유효할 것"이라며 "지주사와 자동차 관련주, 은행, 조선, 건설업종의 반등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