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매니지먼트] 도요타 추락은 '생산과정의 복잡성' 관리 못한 탓
비즈니스 세계에도 많은 금언(金言)이 있다. 대표적인 금언이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라는 것이다. 지나친 성공 뒤에는 큰 실패가 따르니 더욱 조심하라는 이야기이다.

왜 그럴까? 성공에 따른 과신 때문일까 방심 때문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가 과신에 따른 복잡성(complexity)의 증폭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도요타자동차의 사례를 중심으로 이 문제를 살펴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도요타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원동력에는 도요타 생산시스템( TPS)이 있었다. TPS는 도요타가 1937년에 자동차 사업을 시작하면서 선택한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숙명적인 조건에서부터 시작된 시스템이다.

당시 일본시장에는 자동차 선진 기업인 포드와 GM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다. 이들 기업은 한정된 모델을 대량생산하는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들 기업과의 차별적 경쟁을 위해 도요타가 선택한 것이 다양한 모델을 소량 생산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이었다.
[CEO & 매니지먼트] 도요타 추락은 '생산과정의 복잡성' 관리 못한 탓
하지만 이 방식은 생산과정의 복잡성을 크게 증폭시켜 버린다. 당시 자동차는 2만개에 가까운 부품을 조립하여 완성되게 되는데 10개의 모델을 500대씩만 생산해도 1억개(2만개 부품×10개 모델×500대)의 부품을 다루어야 한다. 생산 공정에서만 1억개의 부품들을 곳곳에 쌓아두어야 하며 각기 다른 모델이 조립될 때마다 그 모델에 맞는 부품들을 가져와 조립해야만 한다. 더구나 이를 구매하여 운반하는 작업까지 포함하게 되면 공장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재고와 작업대기, 운반, 수송 등과 같은 낭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낭비를 제거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안된 것이 TPS의 ‘혼류 생산 방식’과 ‘JIT(just in time)’이다.

혼류 생산방식은 컨베이어벨트에 다양한 차종을 흘려보내면서 생산하는 방식이고 JIT는 필요한 부품을 필요한 때, 필요한 양만큼 투입하여 생산하는 방식이다. 특히 JIT에서는 포드식 생산방식(Fordism)과는 달리 풀(Pull) 방식인 ‘후공정 인수 방식’을 사용했다. 이 방식은 마지막 완성차 조립공정의 리듬에 맞춰 후(後)공정이 필요한 부품을 전(前)공정에서 가져오는 방식을 말한다.

TPS 초기에는 마지막 후공정인 완성차 조립공정에 맞춰 JIT를 돌리던 방식이 점점 진화해 최종적으로는 밸류체인(value chain)상 마지막 후공정에 해당하는 판매(sale)시점에 맞춰 전사의 움직임을 동기화시키는 방식으로까지 고도화됐다.

이러한 시스템은 포디즘으로 대표되는 20세기의 기업경영과는 180도 다른 시스템이었다. TPS는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생산이 움직이는 방식이었으며 각 밸류체인상에 재고를 극소화시킴으로써 낭비를 철저히 줄여주는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20세기 후반에 이미 도요타는 21세기의 새로운 경영방식을 보여주는 기업으로 간주되었으며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기업들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찬사와 성공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도요타는 리콜 문제를 일으켜 불명예 기업의 대명사로 일컬어지게 됐으며 세계 3위의 자동차 기업으로 전락하게 됐다. 이는 곧 성공이 참담한 실패를 가져다 준 비즈니스 금언의 대표적인 사례이지만 그 근본에는 복잡성을 증폭시켜 버린 도요타의 어리석음이 있었다. 도요타는 성공에 도취돼 전 세계의 주요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5%를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했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시장별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차종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투입했다.

또한 현지의 자동차는 현지에서 생산한다는 전략 아래 세계 곳곳에 생산 공장을 건립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복잡성을 더욱 증폭시켜 버렸다. 도요타가 TPS를 개발하게 된 원래의 의도가 ‘부품 수×모델 수×생산대수’로 대표되는 복잡성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해외 모델 수×해외 생산거점 수×해외 생산대수’를 더욱 덧붙이는 행동을 취한 것이다. 즉 성공에 도취돼 자신들의 원점을 망각해 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원점으로의 회귀’와 ‘원점에서의 재출발’을 리콜 사태의 근본 대책으로 내놓았던 것이다.

[CEO & 매니지먼트] 도요타 추락은 '생산과정의 복잡성' 관리 못한 탓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다. 특히 성공에 도취돼 능력 이상으로 복잡성을 더욱 증폭시켜 버리게 되면 실패를 자초하게 된다.

최근 우리 주변에도 금언을 망각하고 실패하는 기업들이 많다. 금호아시아나와 웅진이 그러하다. 더구나 도요타는 자신의 분야에서 복잡성을 증폭시켜 좌절을 맛본 사례지만 한국기업들은 건설업과 같은 전혀 생소한 분야에 진출하는 무모함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무모함에 복잡성까지 더해진다면 한국기업들의 실패 사례 또한 증폭될 것이다.

김현철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