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통' 김경규 LIG투자證 신임 대표 "근성있는 증권사로 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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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규 LIG투자증권 신임 대표(52·사진)는 <한경닷컴>과의 첫 언론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하며 "재임 기간 중 회사의 모든 전략은 책상 위가 아닌 투자자와의 접점에서 직접 요구와 고민을 파악하고 해결하려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업계 '작은 거인·영업통'으로 통해…발로 뛰는 '근성' 강조
유흥수 초대 대표이사 사장에 이어 수장직을 맡게 된 김 대표는 증권업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영업통'으로 꼽힌다. LG그룹 기획조정실을 거쳐 LG투자증권 법인영업본부장과 우리투자증권 주식영업본부장을 역임했다. LIG그룹이 증권업에 진출한 2008년 6월부터는 LIG투자증권에서 영업을 총괄 진두지휘 해오다가 올해 1월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단구인 김 대표는 영업 최전선에서 근무하던 시절부터 철저한 자기관리로 '면대면' 영업에 강한 모습을 보여 'LG'(Little Giant)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여년 간 새벽 4시반이면 아침을 시작, 5시반 즈음이면 마포의 스포츠클럽에서 운동을 하는 습관을 지켜왔다"며 "운동을 통해 체력을 유지할 수 있던 부분도 있지만 '동호회'에서 쌓은 인맥도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됐다"고 귀띔했다.
당시 허물없이 지내던 동호회 멤버 중에는 대형 투자신탁회사의 운용본부장 등 일과 관계된 사람들도 있어서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았다는 것.
오랜 영업맨 생활로 잔뼈가 굵은 김 대표는 요즘 젊은 직원들에게도 근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근성'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투자자들을 위한 기본자세라고 김 대표는 정의했다. 어떤 업무에 종사하든지 중심에 투자자를 놓고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게 경영자로서의 철학이다. 근성을 발휘했던 대표적인 일화를 묻자 이번엔 13년 전 가장 힘들었을 때 기억을 떠올렸다.
지난 1999년 법인영업부 팀장으로 일선에서 근무했던 그는 모 대형그룹증권사로부터 자사주 400여만주를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평소 수완이 좋았던 그는 실력을 발휘해 주가보다 3~4% 할인된 수준으로 물량을 모두 팔아치웠다.
예기치 않은 사고는 기관 투자자들에게 '대량 매매(블록딜)'로 물량을 넘긴 지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터졌다.
해당 증권사의 홍콩법인에서 200억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밤사이 퍼진 것이다. 다음날 주가는 하한가로 직행, 15%나 빠졌다. 물량을 받아갔던 기관들로부터 온갖 비난들이 날아들어왔다. 기존 기관 투자자들 10곳 중 7곳 이상이 거래를 끊겠다고 통보해 왔다.
김 대표는 "그때가 17년 남짓한 영업생활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며 "문전박대를 당하면서도 하나하나 기관들을 방문해 가면서 입장과 앞으로의 계획들을 설명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관계를 다시 회복하는데는 꼬박 1년가량이 걸렸지만 모든 거래 기관들을 일일이 방문하고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과정에서 더 친밀한 관계를 쌓을 수 있던 기회가 됐다"고 덧붙였다.
시대와 환경은 변해도 투자자들의 수익을 높여주고 손실은 만회하려고 노력하는 기본자세는 변하지 않는다는 게 김 대표의 지론이다.
그는 "증권업계도 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기 때문에 요즘에는 철저히 리서치에 기반을 둬야지 예전과 같은 영업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남들과는 다른 정보와 차별화된 수익을 투자자에게 제공하려는 자세는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작지만 강한 회사 '비전 2020'…"개인 역량 극대화할 것"
김 대표는 "LIG투자증권 창립 때부터 영업총괄직을 맡아왔기 때문에 대표직 이전과 지금의 시각이 크게 달라질 부분은 없다"며 "신생사임에도 3년째 흑자기조를 이어오고 있지만 그 규모 면에서는 아직 부족하게 느끼는 부분들이 있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LIG투자증권은 올해 내세운 '비전2020'을 통해 최고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금융투자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자기자본이익률(ROE), 고객자산 증가율, 생산성 등의 측면에서 고른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강점을 가진 분야와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부분을 나눠 단계적으로 나눠 강화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주식 분야의 핵심기관 영업에서는 신뢰도 증대를 위해 작년 5명이었던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1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며 "강점을 가지고 있는 채권 분야에서는 우수한 영업직원을 추가 채용하고,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WM)는 단계적으로 보강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운용 부문은 파생상품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주식 부문은 구조화 매매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IB 부문에 대해서는 RM(relation manager) 인력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려, 규모에 맞춘 '전략 고객' 등을 선정해 소수의 주력 사업에 집중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상위 200개 기업을 대상의 회사채,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 중소기업 메자닌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설명이다.
작지만 강한 회사를 목표로 세운 김 대표는 "핵심 수익원인 부동산금융자문은 더욱 특화하는 동시에 리테일 부문에서도 기존의 주식 브로커리지 위주 영업보다는 채권형 상품, 사모펀드 등 전략 상품 판매에 초점을 맞춰 지점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오프라인 지점 11개는 늘리거나 줄이는 대신 지점의 필요성을 높이는 '내실 다지기'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또 작년 테라세미콘의 성공적인 기업공개(IPO) 경험을 통해 올해에도 3~4개기업의 IPO를 추진하겠다는 목표다.
◆올 3분기 중 코스피 2350까지 전망…"채권 차익실현 욕구가 주식 수요 자극할 것"
향후 2~3년의 세계 경기 회복세를 고려할 때 올해가 주식시장의 상승 랠리가 시작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강세장을 예상하고 있는 김 대표는 "주식시장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세계 경제의 2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고용지표가 나아지고 있고 향후 설비투자도 개선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보통 경기 순환주기를 40개월 정도라고 보면 올해가 경기 회복의 원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5년간 강세를 기록한 채권에 대한 차익실현 욕구가 나타나면서 반대로 주식에 대한 수요를 촉진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3분기 중 코스피는 2200선을 돌파하고 2350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이후 일정 수준 숨 고르기를 한 후에 2250~2350 수준에서 마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재정위기 등으로 세계 경제 성장률은 전년에 비해 낮아지겠지만 역사적으로 대세 상승장은 저성장 국면에서 소비자물가가 4%대에서 3%대로 진입하는 시기부터 나타났다는 것이다.
업종 중에서는 미국 경기 호전을 고려할 때 전기·전자, 화학 업종이 유망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통화량 증가 등으로 내국인 투자 자금이 위험자산을 선택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수·서비스 업종 중에서도 성장성이 부각될 은행, 증권업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그 외에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형 건설주와 SOC관련 기계 및 플랜트 기자재 업종이 유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