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공통점이 있다. 바로 특정 유권자 집단의 협박이다. 직역이나 지역의 이해를 대변하는 특정 유권자 집단은 투표권을 무기로 낙선을 위협하면서 정치인들을 제 맘대로 조종하려 든다. 국회 정무위를 통과한 ‘저축은행 피해구제 특별법’의 배후만 하더라도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회가 작용하고 있었다. 회원수 1000명이 넘는 이들은 정무위 소속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접근해 특별법에 반대하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고 한다. 80%가 넘는 국민이 찬성하는 감기약 슈퍼판매가 안되는 이유도 회원수 3만명의 약사회가 조직적으로 반대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수수료를 시장 아닌 정부가 정하라고 법을 개정하는 것도, 부작용이 빤히 보이는 중기적합업종이 생겨나는 것도 다 비슷한 이유에서다.
유권자 이익집단은 때로는 공공연하게, 때로는 은밀하게 정치인을 압박한다. 한 표가 아쉬운 의원들은 이들 단체에 머리를 조아리며 충성을 맹세하는 인질이 되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공론의 뭇매를 맞고 망신스런 사진이 보도되면 될수록 더 좋아하는 기현상도 그래서 생겨난다. 지역구에 가면 “그래도 누가 우리를 위해 무언가를 했다”는 평가를 듣기 때문이다. 공중부양이나 국회폭력도 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하는 짓들이다. 물론 이는 국민 수준의 문제요 민주주의 타락 현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대가는 너무 크다. 지금 한국 정치판은 국익이나 공익, 법치는 사라지고 갈갈이 찢긴 개별적 이익만 난무하는 그야말로 난장판이 돼버렸다. 물론 윗물부터가 이런 현상을 촉발시켰다. 변호사 출신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준법감시인 따위를 만들어 사익을 추구하는 상황이니 일반 국민들도 다를 것이 없게 되었다. 누가 이 무법천지를 바로잡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