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얼음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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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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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새꽃
곽효환
아직 잔설 그득한 겨울 골짜기
다시금 삭풍 불고 나무들 울다
꽁꽁 얼었던 샛강도 누군가 그리워
바닥부터 조금씩 물길을 열어 흐르고
눈과 얼음의 틈새를 뚫고
가장 먼저 밀어 올리는 생명의 경이
차디찬 계절의 끝을 온몸으로 지탱하는 가녀린 새순
마침내 노오란 꽃망울 머금어 터뜨리는
겨울 샛강, 절벽, 골짜기 바위틈의
들꽃, 들꽃들
저만치서 홀로 환하게 빛나는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아니 너다.
남녘 눈밭에 얼음새꽃이 피었습니다. 흰 눈 속에서 황금색 꽃망울 내밀며 ‘생명의 경이’를 가장 먼저 밀어 올리는 꽃. ‘꽁꽁 얼었던 샛강’도 ‘눈과 얼음의 틈새’도 그 ‘가녀린 새순’ 앞에 옷섶을 엽니다. 잔설에 덮인 골짜기와 삭풍에 흔들리는 나무 사이로 노오랗게 피어난 그는 땅 속에서 따숩게 데운 몸으로 눈을 녹이고 흙을 밀며 ‘홀로 환하게 빛나는’ 풀꽃. 눈 속에서 핀다고 설련화(雪蓮花), 새해 원단에 핀다고 원일초(元日草), 복과 장수를 부른다고 복수초(福壽草)…. 이렇게 많은 이름을 가진 그가 바로 ‘너였으면 좋겠다/ 아니 너다’라니, 이 봄 지나면 씨앗과 잎까지 다 없어질 ‘너’이기에 더욱 애틋한 꽃.
고두현 문화부장·시인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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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효환
아직 잔설 그득한 겨울 골짜기
다시금 삭풍 불고 나무들 울다
꽁꽁 얼었던 샛강도 누군가 그리워
바닥부터 조금씩 물길을 열어 흐르고
눈과 얼음의 틈새를 뚫고
가장 먼저 밀어 올리는 생명의 경이
차디찬 계절의 끝을 온몸으로 지탱하는 가녀린 새순
마침내 노오란 꽃망울 머금어 터뜨리는
겨울 샛강, 절벽, 골짜기 바위틈의
들꽃, 들꽃들
저만치서 홀로 환하게 빛나는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아니 너다.
남녘 눈밭에 얼음새꽃이 피었습니다. 흰 눈 속에서 황금색 꽃망울 내밀며 ‘생명의 경이’를 가장 먼저 밀어 올리는 꽃. ‘꽁꽁 얼었던 샛강’도 ‘눈과 얼음의 틈새’도 그 ‘가녀린 새순’ 앞에 옷섶을 엽니다. 잔설에 덮인 골짜기와 삭풍에 흔들리는 나무 사이로 노오랗게 피어난 그는 땅 속에서 따숩게 데운 몸으로 눈을 녹이고 흙을 밀며 ‘홀로 환하게 빛나는’ 풀꽃. 눈 속에서 핀다고 설련화(雪蓮花), 새해 원단에 핀다고 원일초(元日草), 복과 장수를 부른다고 복수초(福壽草)…. 이렇게 많은 이름을 가진 그가 바로 ‘너였으면 좋겠다/ 아니 너다’라니, 이 봄 지나면 씨앗과 잎까지 다 없어질 ‘너’이기에 더욱 애틋한 꽃.
고두현 문화부장·시인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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