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시, 다시 '콜라전쟁'…마케팅에 17억弗
“백투 더 코어(core).”

일본 소니와 미국 펩시가 다시 핵심사업에 집중키로 했다. 소니는 TV, 펩시는 콜라다. 소니의 상황은 다급하다. 소니는 세계 TV시장의 제왕이었다. 그러나 TV사업이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그룹 전체를 흔들고 있다. 패널 비용감축과 소니의 강점인 화질 및 음향 개선을 타개책으로 내놨다. 펩시는 미국 내 콜라시장 점유율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콜라시장에서 기반이 무너지면 다른 음료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8700명을 감원해 이 비용을 콜라마케팅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세계 2위 식음료업체 펩시가 9일 작년 실적을 내놨다. 매출은 2010년보다 11%, 순이익은 2% 늘었다. 시장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이었다. 그러나 펩시는 8700명을 감원하겠다고 동시에 발표했다. 감원으로 줄어드는 비용은 3년간 약 15억달러. 펩시는 이 돈을 모두 콜라 마케팅에 사용키로 했다. 건강음료 등 제품 다변화 전략에서 콜라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다.

◆다시 콜라로 돌아간 펩시

펩시는 올해 인력을 감축하고 마케팅 비용을 지난해보다 50% 늘릴 예정이다. 인드라 누이 펩시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결정은 펩시가 10년 만에 단행하는 주요 전략의 재편”이라며 “콜라를 살리기 위해 필요할 경우 자사주 매각이나 합작사를 설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콜라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펩시가 위험을 감수하고 콜라에 올인하는 이유는 콜라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면 신흥국 시장은 물론 잘 나가는 건강산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누이 CEO는 2006년 취임 후 콜라로는 코카콜라를 꺾지 못한다고 판단, 과일 주스·건강 음료로 눈을 돌렸다. ‘웰빙’ 브랜드로 체질을 바꾼 것이다. 이를 위해 2000년 134억달러를 들여 게토레이를 만드는 퀘이커오츠를 인수했다.

펩시는 2004년 매출에서 코카콜라를 앞지르고 2005년부터 시가총액과 순이익에서도 넘어섰다. 하지만 콜라 점유율은 계속 하락했다. 펩시는 2010년 탄산음료 시장에서 코카콜라에 1위(코크 17.0%)와 2위(다이어트코크 9.9%) 자리를 모두 내주고 20년 만에 3위(9.5%)로 내려앉았다.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인드라 누이 CEO 취임 이후 펩시의 주가는 2%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코카콜라는 50% 올랐다. 브랜드 정체성과 직결된 제품 판매 성패에 따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WSJ는 “최근 맥도날드 주식이 미국 국채와 함께 최고의 가치주로 평가받는 이유는 매년 20억달러를 들여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라며 “펩시는 맥도날드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원한 라이벌 코카콜라 vs 펩시

코카콜라를 겨냥한 펩시의 반격은 지난해 시동을 걸었다. ‘여름엔 펩시(Summer Time is Pepsi Time)’라는 자막으로 휴양지에서 펩시콜라를 마시는 산타클로스를 등장시킨 것이다. 산타클로스는 75년 동안 코카콜라 광고의 주인공이었다. 펩시는 올해 슈퍼볼 광고도 재개했다. 지난해 펩시코는 23년 만에 처음으로 슈퍼볼 광고를 하지 않았다.

펩시콜라는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 ‘더 X팩터’도 후원키로 했다. 6000만달러를 들여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코카콜라가 ‘아메리칸 아이돌’을 협찬하고 있는 것에 맞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