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스톤 충돌에 빙상장 '흔들'…"빗자루질 스포츠가 아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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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위의 체스' 컬링 체험
화강암 스톤 던져지면 팀원들 쉴 새 없이 스위핑
15분도 안돼 온몸에 땀
화강암 스톤 던져지면 팀원들 쉴 새 없이 스위핑
15분도 안돼 온몸에 땀
4인1조의 두 팀이 얼음경기장 위에서 둥글고 넓적한 스톤을 표적을 향해 미끄러뜨려 득점을 겨루는 경기 ‘컬링’. 빗자루질만 하염없이 해대는데 무슨 스포츠냐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얼음 위의 체스’라고 불릴 만큼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전국동계체전을 앞두고 훈련에 한창인 서울시 대표 학생들과 이재호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겸 성신여대 코치를 태릉선수촌 빙상장에서 만났다. 컬링을 배워보고 싶다고 했더니 신발 한짝과 빗자루처럼 생긴 채를 하나 건넨다.
운동화와 비슷하게 생긴 컬링화를 신고 빙판 위에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왼발 바닥에는 마찰을 줄이기 위해 미끄러운 재질을 덧댄 ‘슬라이더’, 오른발 바닥에는 미끄럽지 않은 ‘논슬라이더’가 장착돼 있다. 한손엔 빗자루처럼 생긴 ‘컬링 브룸’을 들고 걸어보지만 양쪽 발의 마찰이 달라 절뚝이며 걷는 것조차 쉽지 않다.
걷는 것에 조금 익숙해지자 기본 공격자세인 ‘딜리버리’에 들어갔다. “몸의 중심은 앞으로 하고 왼발에만 의지해 앞으로 나아갑니다. 오른다리는 길게 쭉 뻗은 채로 스톤을 살짝 돌리면서 놓으세요.”
육상의 출발대처럼 생긴 ‘해크’ 에 한쪽 발을 얹고 몸을 살짝 들어올린 뒤 빙판 위를 박차고 미끄러져 나갔다. 스키나 스케이트와는 또 다른 맛이다. 앞에서 기다리던 팀원들이 신나게 스위핑(빗자루질)을 시작한다. 순간적인 마찰열로 얼음을 녹여 스톤이 앞으로 더 잘 나아가게 하고 진로가 휘어지는 정도를 줄이기 위해서다.
체중을 다 실어 비질을 하는데도 표적에 대기 중인 주장이 소리를 지른다. “8번! 9번!” 마치 말을 채찍질하는 듯 큰 소리로 구령을 넣자 스위핑은 더 빠르고 강렬해진다. 빙판에 몸을 맡긴 지 15분도 채 되지 않아 땀이 나기 시작한다.
총 10엔드로 진행되는 컬링은 한 엔드에서 각 팀 선수들이 순서대로 한 명당 두 개의 스톤을 팀별로 번갈아가며 던진다. 한 엔드에서 던지는 스톤은 16개. 아군의 스톤을 쳐서 밀어낼 수도 있고 마지막 스톤을 가장 높은 점수에 가져다 놓으면 짜릿한 역전승도 가능하다.
스코틀랜드산 특수 화강암으로만 만든다는 스톤은 바닥에 머리카락 하나만 있어도 방향이 달라진다. 속력도 0.1초 만에 1m 이상 거리차가 날 만큼 예민하다. 이재호 코치는 “순발력이 뛰어나고 머리가 좋은 한국인에게 컬링은 잘 맞는 동계 스포츠”라며 “손의 감이 좋고 배짱이 두둑한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종목”이라고 말했다.
팀워크를 다지는 데도 그만이다. 4주간 4회 정도 강습을 받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전 직원이 팀을 나눠 강습을 받고 컬링게임을 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매주 일요일 태릉 컬링스쿨(cafe.naver.com/yjbcurling)에는 20~30명의 직장인들이 모여 동호회 활동을 한다. 누구라도 참가할 수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