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은 천체망원경으로 관찰한 결과 우주가 대폭발 후 팽창하고 있다는 빅뱅이론을 입증했다. 우주가 단 하나뿐이란 패러다임을 버리고 수없이 많다는 가능성도 열었다. 현대물리학을 발전시킨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통일장이론 등을 확장하면 한결같이 다중우주란 결론에 이르게 된다. 우리의 우주는 훨씬 큰 전체의 일부이며 다양한 우주들은 서로 분명하게 구별된다는 얘기다.

한 이론에서는 다중우주들이 방대한 시간이나 공간을 경계로 우리 우주와 분리돼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이론에서는 우주 간 거리가 불과 몇㎜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또 우주들은 동일한 물리 법칙에 지배된다는 이론이 있는가 하면, 우주들의 뿌리는 같지만 다른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는 이론도 있다.

《멀티 유니버스》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끝없이 팽창하거나 생성되고 있는 다중우주의 정체를 규명하고 우주의 과거와 미래를 통찰한다. 베스트셀러《엘리건트유니버스》《우주의 공간》등을 썼던 물리학자 브라이언 그린이 7년 만에 내놓은, 우주로 떠나는 흥미진진한 사색 여행이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으로 우주시대의 서막을 알리고, 스티븐 호킹이 블랙홀로 다른 우주의 가능성을 열었다면, 그린은 다중우주의 존재를 입증한다. 최첨단 우주론을 명쾌한 논리와 빛나는 위트로 펼치며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사고의 힘만으로 아득히 먼 우주의 실체와 비밀에 도달하려는 그린의 시도는 새롭고 재미있다.

그는 우선 우주론의 역사를 살피면서 다중우주가 탄생하기까지의 경위를 밝힌다. 예전의 우주론에서는 결정론적 세계관이 압도했지만 양자역학이 등장한 후에는 인간의 관측과 의지가 우주의 현재와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들춰낸다.

다중우주의 철학적 의미도 탐구한다. 인간은 우주적 규모에서 보면 하찮고 미미하지만 다른 의미에서는 세계의 창조자란 시각이다. 인간이 수많은 우주들 중 하나에 살고 있다면, 우주에서 인간의 입지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가치는 상대적인 희귀성과는 관련이 없다고 그는 주장한다. 우주가 아무리 많다 해도 생명체가 태어나기에 적합한 환경에서 오랜 진화를 거쳐 높은 지성을 가진 생명체가 생겨날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때문에 인간 자체가 우주의 근본적인 비밀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우주들은 서로에게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여기서 인간의 자유의지는 우리가 모르는 다른 우주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