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유동성 랠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춘제 이후 화학제품과 기초금속의 구매 수요가 살아나면서 관련 업종 주가에 탄력이 붙었다. 아모레퍼시픽과 오리온 등은 최근 소비업종 주가가 부진한 가운데도 ‘중국 모멘텀’의 효과를 보고 있다.

◆화학·철강 등 중국 경기 민감주 강세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화학업종지수는 2.20% 오른 5131.08로 마감, 지난해 8월17일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올 들어서만 17.65% 상승세다. 에쓰오일(5.75%) SKC(4.55%) LG화학(3.32%) 호남석유(3.25%) 등 대표주들이 이날 동반 상승세로 장을 마쳤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부진했던 화학주가 기지개를 켠 데는 중국 변수가 컸다. 허재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수출지표의 부진 속에서도 중국 경기에 민감한 화학과 기초금속 업종은 재고 증가 속도가 감소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시작된 재고 감소가 긍정적 영향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 예상보다 좋은 50.5를 나타내는 등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중국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철강과 기계업종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미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연초에 신규 투자가 집중된 데다 철강 수요 증가 기대감으로 가수요도 발생하고 있다”며 “철강 성수기인 2분기까지 철강주의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증권사 ‘톱픽(최선호주)’에 오르기도 한 현대제철 주가는 이날 1.32% 올라 사흘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중국 내수시장 성장세도 기대

오리온과 아모레퍼시픽 등은 중국 내수시장 성장의 수혜를 받고 있다. 하태기 SK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지난해 4분기 중국 매출이 공격적인 유통망 확장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급증했다”며 “중국 매출은 올해 30% 성장해 2500억원을 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실적 개선에 힘입어 사흘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오리온 역시 지난해 4분기 해외 제과 매출이 29% 증가하는 등 선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가가 이틀째 올랐다. 정성훈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국 제과 부문의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올해 영업이익률은 9.1%에 달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64만원에서 75만원으로 올렸다.

최근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과 의류 화장품 판매사업 합작에 나선 쌍방울도 이틀 연속 오름세다. 중국 내수 확대 정책에 따른 수혜가 예상돼서다.

◆물가 압력 극복이 중국 관련주 변수

중국 관련주의 상승 여력은 인플레이션 극복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물가 상승률이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아 긴축 완화에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1%로 전달과 같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김경환 현대증권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물가상승률은 정부의 물가 억제 목표치인 4%를 여전히 넘고 있다”며 “큰 방향에서는 긴축 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지준율 인하 등 구체적인 조치가 나오는 시점은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경기지표가 부진해질 조짐을 보이는 것도 부담이다. 지난달 춘제 기간(1월23~29일) 중국의 소매판매액은 4700억위안으로 지난해 춘제 때보다 16.2% 늘어 2009년 이후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김유미/유승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