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인터넷 생태계 규범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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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질서 무책임 선정성 큰 문제
상업적 경쟁구조로 언론 왜곡
책임있는 보호망 구축해야
한동섭 < 한양대 교수ㆍ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
상업적 경쟁구조로 언론 왜곡
책임있는 보호망 구축해야
한동섭 < 한양대 교수ㆍ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
인터넷 환경을 또 하나의 생태계라 말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삶의 영역이 인터넷 공간으로 확장돼 그곳을 떠나 일상은 물론 사회적 삶을 영위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터넷 환경의 플레이어들이 마치 자연생태계와 같은 인과적 구성과 동역학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인터넷 생태계에 자연생태계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자연생태계가 훼손되고 파괴되고 있는 것처럼 인터넷생태계 역시 파괴돼 건강성을 잃어가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파괴된 자연생태계에 대해 과거 인간이 그랬듯 누구도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닮았다.
인터넷 생태계는 네트워크, 통신, 플랫폼, 콘텐츠 및 애플리케이션,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 같은 기기 등의 영역으로 구성돼 있고, 여기에 수많은 사업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상호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정보와 콘텐츠의 생산 및 순환에 필요한 생태학적 기능을 수행한다. 문제는 이들 사업자가 자신의 이해에 매몰되면서 인터넷생태계를 매우 무질서하며 무책임한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영역에 앞다퉈 뛰어든 사업자들에게 기본적 질서의식은 결핍돼 보인다. 무료음성 서비스인 mVoIP 사업자들, 동영상이나 파일 공유 서비스 사업자들, 나아가 스마트TV 제조업자들에 이르기까지 서비스의 유용함 이면에는 과다 트래픽이라는 문제가 있다는 점에 대해 고민한 흔적을 찾기 어렵다. 자신의 서비스나 제품이 인터넷 망을 선점해 이익을 창출해 내기만 바라는 듯하다.
일부 사업자들이 과다 트래픽을 유발하면서 네트워크 과부하 문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게 되는데도 무제한 서비스를 강조하던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은 자신들의 경솔함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다.
인터넷 공간이 상상하는 것처럼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이용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자유자재로 선택하기에는 구조적 제약이 있다. 하나의 포털이 다른 포털의 특정서비스를 배제하거나 자사 포털의 특정 서비스를 다른 포털에서 검색할 수 없도록 폐쇄적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 공급자들은 자사의 OS와 앱들을 사전 탑재함으로써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약한다. 이용자의 편익보다는 시장을 자사의 서비스로 지배하는 것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지배적 포털을 통한 뉴스공급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뉴스 제공자들의 상업적 경쟁구조를 극단으로 치닫게 했다. 제목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선정적 제목을 달아 독자를 유인하는 것은 일반적 관행이 돼버렸다. 기사내용의 연성화, 가십화가 강화된 것은 물론이다.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고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할 언론이 포털이 띄워 놓은 반 뼘 크기의 뉴스창에서 선택받기 위한 경쟁에 골몰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저널리즘의 기본적 기능을 마비시킨다.
광고수입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한다 해도 광고의 선정성은 도를 넘었다. 이용자들은 원치 않더라도 저질 광고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런 상황을 총체적으로 제어할 어떤 철학적 논의도, 정책도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의 인터넷 공간은 마치 보존이 외면됐던 시대의 자연환경처럼 보인다. 사적으로 소유되지 않은, 그리고 누구나 활용이 가능한, 그래서 누구도 아끼고 보존하려 하지 않는, 먼저 써버리고 말면 그만인 보호망 없는 공유자원인 것이다. 인터넷 사업자들이 자연을 무분별하게 개발하고 파괴했던 사람들의 전철을 인터넷 공간에서 밟지 말라는 법이 없다. ‘공유지의 비극’은 인터넷 생태계에서도 초래될 수 있다. 자유롭지만 책임 있는 오픈인터넷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규범이 필요한 때다.
한동섭 < 한양대 교수ㆍ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dshan27@hanyang.ac.kr >
이 같은 인터넷 생태계에 자연생태계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자연생태계가 훼손되고 파괴되고 있는 것처럼 인터넷생태계 역시 파괴돼 건강성을 잃어가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파괴된 자연생태계에 대해 과거 인간이 그랬듯 누구도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닮았다.
인터넷 생태계는 네트워크, 통신, 플랫폼, 콘텐츠 및 애플리케이션,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 같은 기기 등의 영역으로 구성돼 있고, 여기에 수많은 사업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상호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정보와 콘텐츠의 생산 및 순환에 필요한 생태학적 기능을 수행한다. 문제는 이들 사업자가 자신의 이해에 매몰되면서 인터넷생태계를 매우 무질서하며 무책임한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영역에 앞다퉈 뛰어든 사업자들에게 기본적 질서의식은 결핍돼 보인다. 무료음성 서비스인 mVoIP 사업자들, 동영상이나 파일 공유 서비스 사업자들, 나아가 스마트TV 제조업자들에 이르기까지 서비스의 유용함 이면에는 과다 트래픽이라는 문제가 있다는 점에 대해 고민한 흔적을 찾기 어렵다. 자신의 서비스나 제품이 인터넷 망을 선점해 이익을 창출해 내기만 바라는 듯하다.
일부 사업자들이 과다 트래픽을 유발하면서 네트워크 과부하 문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게 되는데도 무제한 서비스를 강조하던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은 자신들의 경솔함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다.
인터넷 공간이 상상하는 것처럼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이용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자유자재로 선택하기에는 구조적 제약이 있다. 하나의 포털이 다른 포털의 특정서비스를 배제하거나 자사 포털의 특정 서비스를 다른 포털에서 검색할 수 없도록 폐쇄적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 공급자들은 자사의 OS와 앱들을 사전 탑재함으로써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약한다. 이용자의 편익보다는 시장을 자사의 서비스로 지배하는 것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지배적 포털을 통한 뉴스공급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뉴스 제공자들의 상업적 경쟁구조를 극단으로 치닫게 했다. 제목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선정적 제목을 달아 독자를 유인하는 것은 일반적 관행이 돼버렸다. 기사내용의 연성화, 가십화가 강화된 것은 물론이다.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고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할 언론이 포털이 띄워 놓은 반 뼘 크기의 뉴스창에서 선택받기 위한 경쟁에 골몰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저널리즘의 기본적 기능을 마비시킨다.
광고수입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한다 해도 광고의 선정성은 도를 넘었다. 이용자들은 원치 않더라도 저질 광고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런 상황을 총체적으로 제어할 어떤 철학적 논의도, 정책도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의 인터넷 공간은 마치 보존이 외면됐던 시대의 자연환경처럼 보인다. 사적으로 소유되지 않은, 그리고 누구나 활용이 가능한, 그래서 누구도 아끼고 보존하려 하지 않는, 먼저 써버리고 말면 그만인 보호망 없는 공유자원인 것이다. 인터넷 사업자들이 자연을 무분별하게 개발하고 파괴했던 사람들의 전철을 인터넷 공간에서 밟지 말라는 법이 없다. ‘공유지의 비극’은 인터넷 생태계에서도 초래될 수 있다. 자유롭지만 책임 있는 오픈인터넷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규범이 필요한 때다.
한동섭 < 한양대 교수ㆍ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dshan27@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