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간접투자상품인 펀드가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때는 1970년 5월이다. 한국투자개발공사(현 하나대투증권)는 ‘증권투자신탁’이란 이름으로 1억원 규모의 주식형 펀드를 설정했다.

이 펀드는 지금 ‘대한민국 1호’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하나UBS자산운용이 운용하고 있다. 현재 설정액은 460억원이며 가입도 가능하다.

대한민국 최초 펀드는 출시된 해에 연 26%의 수익을 올려 당시 은행 1년 정기예금 금리(22.8%)를 앞질렀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

오일쇼크가 터지면서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부진해졌고, 은행 금리가 10% 이상으로 높았기 때문에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주식에 투자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펀드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것은 2005년 이후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중심으로 적립식 펀드 열풍이 불면서다. 2008년 주식형 펀드 규모는 140조원으로, 2004년에 비해 14배나 커졌다. 저금리 시대 도래와 함께 글로벌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4%대로 떨어졌다. 1970년대(16.05%) 1980년대(10.20%) 1990년대(9.57%)와 비교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다. 반면 주식형 펀드는 2007년 1년 동안 30~40% 수익을 올렸다. 이 때문에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까지 투자자들은 앞다퉈 펀드에 가입했다.

최근 간접투자상품은 ‘중위험-중수익’이란 테마를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주식형 펀드와 자문형 랩 어카운트가 상승장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올렸지만 조정장에서 수익률 관리에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이 리스크관리를 중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주가연계증권(ELS), 공모주펀드, 해외채권형 상품, 헤지펀드 등이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속한다.
1970년 대한민국 1호 주식형 펀드서 퇴직연금·ELS·월지급식펀드까지…
2003년 우리나라에 도입된 주가연계증권(ELS)은 기초자산이 일정 비율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연 10~20%의 고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공모주 펀드는 시장금리에 추가수익(알파)을 추구한다. 고액자산가들 대상으로 한국형 헤지펀드도 새롭게 도입됐다. 오를 주식은 사고, 떨어질 주식은 공매도를 해 시장이 오르거나 내리거나 상관없이 ‘절대수익’을 낸다는 개념이다.

‘은퇴자산 관리’도 간접투자상품의 또 다른 테마다. 월지급식 상품과 퇴직연금펀드가 이에 해당한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은퇴가 2010년부터 본격화되면서 금융시장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며 “저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 때문에 간접투자상품을 활용한 은퇴자산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1970년 대한민국 1호 주식형 펀드서 퇴직연금·ELS·월지급식펀드까지…
2007년 처음 도입된 월지급식 펀드는 2010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해 작년에는 전년 대비 5배 이상 규모가 커졌다. 베이비붐 은퇴가 시작된 일본은 전체 공모주 펀드의 54%가 월지급식이다.

다만 월지급식 상품의 급성장으로 일부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가입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상장지수펀드(ETF)로 대표되는 인덱스펀드 성장도 간접투자상품의 최근 트렌드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펀드 시장의 성숙도가 높아지면서 펀드매니저들이 각자의 전략에 따라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액티브펀드 수익률이 장기적으로 인덱스펀드 수익률을 넘어서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펀드 비중이 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2002년 4개 종목으로 출발한 우리나라 ETF시장은 현재 111개 종목으로 늘었고, 최근 2년간 시가총액도 매년 50% 이상 커지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