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다시 한 번 고조되면서 6일 상승세로 출발한 국내 증시가 오후들어 상승 폭을 모두 반납한 채 장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달 지수가 외국인 매수세로 단기간에 급등한 영향 탓에 작은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시기"라며 "반드시 현금비중을 늘려놔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특히 "그리스 정치권이 2차 구제금융 지원 대가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디폴트 우려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며 "긴박하게 돌아가는 그리스 재정위기 문제가 지수의 발목을 단단히 붙잡을 수 있다"라고 그는 우려했다.

그는 "그리스 문제는 수차례 반복되고 있고, 이미 주가에 반영된 악재로 받아들여지기 쉬우나 최근 시장이 '유동성의 힘'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작은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구제금융 안에 대한 그리스 내 정치권의 합의가 연장돼 또 다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일 때 국내 증시의 혼란도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지수를 끌어올린 외국인 투자자들도 지속적인 '매수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지난주 후반부터 외국인들의 매수 강도가 약해지고 있고, 증시에 호재가 등장해도 매수세가 늘어나지 않고 있는 게 그 증거"라고 판단했다. 더욱이 지난달 지수 상승을 뒷받침할 만한 추가적인 모멘텀(상승동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현금비중을 계속 늘려놔 향후 유동성 장세에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김 팀장은 권했다. 그는 "현재 지수는 2000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저항요인이 작용했을 때 예상보다 깊은 조정을 받을 수 있다"면서 "지금보다 더 싼 가격대에서 주식을 매수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에 대처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이 부담스럽지 않은 지주회사를 비롯해 철강, 조선, 건설, 소재 업종 등이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 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대형주들도 저가에 노려볼 만하다고 김 팀장은 판단했다.

그는 다만 "이번주 후반에 발표될 예정인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와 1월 수출지표 등이 부진할 경우 시장내 긴축완화 기대감이 커질 수 있어 단기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