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대 모던보이·걸 드나들던 경성의 카페가 궁금하다면…
나전구, 낙랑파라, 돌체, 멕시코, 모나리자, 비너스…. 1930년대 모던보이와 모던걸이 모여들었던 경성의 카페와 다방 이름이다.

이 중 지금의 소공동에 위치했던 낙랑파라는 1931년에 개업했다. 주인은 도쿄 우에노 미술학교 도안과를 졸업한 화가 이순석이다. 낙랑파라의 이름은 강서(江西) 고구려 문화의 정화(精華)를 따다가 관사(冠辭)를 붙여 만들었다고 한다. 2층 건물의 아래층은 끽다점, 위층은 아틀리에로 사용했다. 입구에는 파초가 놓여 있었고 벽에는 데생과 함께 슈베르트와 찰리 채플린 등 예술가와 영화배우의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실내에는 세레나데와 스페인 무용곡 등이 흘렀다.

이 카페에는 화가, 음악가, 문인들과 함께 일본인들도 많이 드나들었다. 매주 금요일에는 빅타 레코드의 신곡이 발표됐다. 명곡 연주회도 매주 두어 번 열렸다. ‘괴테의 밤’과 같은 모임과 전람회도 개최됐다. 이순석이 김연실에게 카페를 인수인계한 뒤 상호를 낙랑으로 변경했다. 낙랑은 1940년까지 호황을 누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운영하는 ‘문화콘텐츠닷컴(www.culturecontent.com)’에 접속해 유흥문화산책 메뉴를 클릭하면 화려했던 경성의 카페와 다방을 3D실감 영상으로 즐길 수 있다. 당시 카페 낙랑파라의 공간 속으로 들어가 벽화와 영화배우의 사진을 체험할 수 있다. 공간을 상세히 들여다보면서 가상의 인물들도 만날 수 있다. 조명기구, 공간의 구성, 대문의 형태까지 상세히 만들어져 있다.

김혜수와 박해일이 주연했던 영화 ‘모던보이’는 이 카페를 비롯해 총독부 경성역 남대문 등 당시 서울의 풍경을 생생하게 되살렸다. 제작사인 KnJ엔터테인먼트가 저작권을 사들여 실제 세트를 제작하거나 3D 모델링 화면으로 만들었다.

‘문화콘텐츠닷컴’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전통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 관리하고 문화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었다. 문화콘텐츠의 유통시스템인 이 사이트는 국민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문화원형의 통합포털이다.

이 포털 사이트에는 현재 309개의 문화원형 창작 소재가 등록돼 있으며 그동안 이를 활용해 30만건의 창작콘텐츠가 개발됐다. 디자인, 멀티미디어, 음원, 문서 등을 1차적으로 145개 기관이 295건을 활용, 27억8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2차적인 활용으로 243개 기관이 525건을 활용, 263억33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사이트에 접속하면 주제별, 시대별, 멀티미디어별 검색서비스로 14개 주제에 따라 콘텐츠들을 스크랩하거나 다운로드할 수 있다. 정치 경제 종교 인물 문학 음악 회화 군사 등 각 분야의 문화원형 사료들은 새로운 콘텐츠로 탈바꿈할 수 있다.

과학기술과 의약분야 문화원형 자료 중에서는 근대병원이야기와 고려시대 ‘주화’ 로켓과 화약무기의 디지털화가 눈에 띈다. 상명대 산학협력단과 (주)오픈글로브는 생활 공간으로서의 한국 근대 병원과 그 안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멀티미디어 콘텐츠로 개발했다. 근대 최초 병원인 제중원을 3차원 영상으로 복원해 당시의 병원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고, 실제 치료를 담당했던 의사 중 생존한 원로의사의 경험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제중원’은 드라마로도 제작돼 근대사를 새롭게 조명하는 데 성공했다.

고려시대 우리나라 최초의 로켓형 무기인 ‘주화’를 개발한 최무선과 화약전문기관 ‘화통도감’, 화약특수부대 ‘방사군’을 복원한 문화원형도 영화 속 3D그래픽이나 시나리오의 소재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됐다. 영화 ‘신기전’에 등장하는 무기 신기전은 고려말 최무선이 화약국에서 제조한 ‘주화’를 개량해 1448년 세종 30년에 제작된, 세계 최초의 로켓병기였다.

고전문학도 예외는 아니다. ‘용비어천가’는 체감형 인터랙티브 애니북과 e북으로 재탄생했다. e북에는 보물 1463호인 용비어천가의 실제 이미지가 가득하다. 인터랙티브 애니북은 디지털 스토리텔링 과정을 통해 내용을 재구성했다. 눈앞에 펼쳐지는 그래픽과 게임하듯 즐기면서 동시에 영어 자막과 내레이션을 지원한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함께 읽는 용비어천가’ 시리즈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다운받아 쉽게 접할 수 있다. 다운로드 건수만 수천 건에 이른다.

김형민 한국콘텐츠진흥원 팀장은 “최근 역사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 제작이 증가하면서 문화 원형 활용에 대한 문의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