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소니가 지난해 2200억엔의 적자를 낸 데 이어 파나소닉도 7800억엔이라는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보도다. 샤프와 NEC도 적자라고 한다. 선진국 일본이 뽐냈던 전자산업이었다. 니혼게이자이를 비롯한 언론 매체들은 세계 경제에서 일본의 존재감이 사라졌다고 아우성이다. 일본 대지진과 맞먹는 일본인의 좌절과 절망감이 피부에 와닿는다.

실적 악화에는 물론 엔고와 일본 대지진, 태국의 홍수 등 외부적인 요인이 있었을 것이다. 백화점식 사업구조와 디지털화 추세에 대한 적응 실패, 기술 편향적 문화, 사업 전략의 차질 등 기업 내부의 경영적 요인도 컸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의 기술, 최고의 기업이라는 자만심이 결국 일본 전자산업을 몰락하게 만들었다는 데 학계는 주목하고 있다. 이른바 성공의 복수이다. 기업이 한번 성공하면 조직원들은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똑같은 패턴을 반복한다. 성공 속에 실패의 원인이 자라난다는 것이다.

워크맨과 플레이스테이션 등 세계인이 즐겁게 사용하는 물건을 미국 아닌 나라에서 처음 만들어 낸 나라가 일본이요 소니였다. 이 아성이 무너질리 없다는 자만심이 사내에 팽배해 있었다고 전직 소니 임원은 실토한다. 소니만이 아니다. 휴대폰 시장을 영원히 주름잡을 것 같았던 노키아나 모토로라도 이미 시장에서 잊혀지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세계 최대 의료기기 제조회사인 독일 지멘스도 지금 위기상황이다. 문제는 기업이 쇠락하면 국가도 따라 쇠락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는 특히 그렇다.

한국 전자산업은 지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도체 휴대폰 TV 등에서 매출 1위다. 하지만 이런 행복감은 잠시뿐이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 언제 성공의 복수가 시작될지 모른다. 더 걱정되는 것은 한국의 전자산업을 보는 국민들의 눈이다. 전자산업이 지금 1등이라는 사실이 뇌리에 박혀 있다. 정치권은 이런 기업을 봉이라 생각하고 더 내놓으라며 때리기에 한창이다. 글로벌 위기 체제의 가장 큰 적은 내부에 있다. 일본 기업이 지금 우리의 훌륭한 반면교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