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18번홀 벙커…유소연, 무명에게 역전패
유소연(22)이 한국 선수의 시즌 첫 해외 투어 우승에 실패했다. 유소연은 5일 호주 퀸즈랜드주 로열파인리조트(파72)에서 열린 호주여자마스터스 4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를 쳐 최종합계 20언더파 268타로 ‘무명’ 크리스텔 부엘리용(네덜란드)에게 1타차로 역전패당하고 말았다.

2라운드에서 국내 선수 최다 버디 신기록(12개)을 세우며 맹타를 휘둘렀던 유소연은 쉽게 우승컵을 안는 듯했으나 최종일 1타도 줄이지 못하고 우승문턱에서 주저앉았다.

마지막홀까지 우승자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박빙의 승부였다. 3타차 단독선두로 최종라운드에 임한 유소연은 이날 샷 난조에 아이언샷 거리감까지 현격히 떨어져 버디 사냥에 실패했다. 4번홀에서 보기를 한 유소연은 타수를 줄여가지 못하다 9번홀 버디로 전반을 이븐파로 마쳤다. 11번홀(파3)에서는 티샷이 왼쪽으로 휘어지는 바람에 그린에서 벗어난 뒤 4m 파세이브 퍼팅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유소연과 동반플레이를 펼친 부엘리용은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포커 페이스’로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부엘리용은 7번홀에서 버디를 잡은 뒤 10, 13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추가하며 타수를 줄이지 못한 유소연과 공동선두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유소연은 13번홀에서 4m 버디 퍼트가 홀을 돌아나오는 아쉬움을 남겼다.

부엘리용이 14번홀(파3)에서 파퍼트를 놓치며 1타차 2위로 내려가자 유소연은 ‘이지홀’인 15번홀(파5·450m)에서 ‘2온’에 성공하며 이글 찬스를 만들어 승부에 쐐기를 박는 듯했다. 그러나 부엘리용은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두 번째 샷이 그린 사이드 벙커에 떨어졌으나 벙커샷을 홀 50㎝ 옆에 붙여 버디를 낚으며 1타차를 유지했다.

아! 18번홀 벙커…유소연, 무명에게 역전패
부엘리용은 16번홀(파3·144m)에서도 티샷을 그린 우측으로 보냈으나 환상적인 어프로치샷으로 파를 세이브했다. 그러자 유소연이 흔들렸다. 그린 밖에서 시도한 버디 퍼트가 2m 넘게 지나쳤고 파퍼트를 놓쳐 다시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승부는 430m짜리 짧은 파5인 18번홀로 넘어왔다. 유소연의 두 번째 샷은 그린 옆 벙커로 들어갔고 부엘리용은 ‘2온’에 성공하며 멀지만 이글 찬스를 잡았다. 벙커에서 친 유소연의 세 번째 샷은 홀을 8m가량 훌쩍 지나쳐 파에 그쳤다. 반면 부엘리용의 이글 퍼트는 홀 1.2m 지점에 멈춰섰고 이를 성공시키며 역전우승에 성공했다.

김하늘(24)은 이날 후반에만 버디 5개를 잡아내며 5언더파 67타를 쳐 유소연과 공동 2위를 차지했다. 10, 12, 14번홀에서 ‘징검다리 버디’를 잡은 김하늘은 마지막 18번홀 그린 사이드 벙커에서 세 번째 샷을 홀 50㎝ 옆에 붙여 버디를 추가했다. 3타를 줄인 이보미(24)는 공동 6위, ‘장타 소녀’ 렉시 톰슨(17·미국)은 공동 15위, 아마추어 리디아 고(15)는 공동 32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