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종합상사, 해외 배당으로만 1조엔 챙겨
일본 종합상사들이 2012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에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이 1조엔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외국 유전과 가스전, 광산 등 에너지사업에 뿌려둔 씨앗들이 열매를 맺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 종합상사들은 막대한 해외 배당금을 밑천으로 올해도 3조엔가량의 해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해외 자원 선점→배당수익 증가→해외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10년 농사 결실 맺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상사와 미쓰이물산 등 일본 7대 종합상사가 2012회계연도에 해외 자회사로부터 거둬들일 배당금 총액은 1조180억엔(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5년 전에 비해서는 두 배, 10년 전보다는 3배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치다. 지분 투자를 한 해외 에너지 회사들로부터 들어오는 배당수익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전력 인프라 관련 해외 출자와 식료품 관련 국외 투자도 배당금 증가에 기여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종합상사들이 주력 사업모델을 일찌감치 ‘무역중개’에서 ‘자원투자’로 바꾼 것이 해외 배당수익을 늘린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일본 종합상사는 1990년대 초반까지 주로 도요타 소니 등 일본 간판 제조업체들의 수출 및 수입 중개 기능을 담당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이 같은 사업모델이 한계에 부딪쳤다고 판단, 해외 네트워크와 자금을 활용해 자원과 인프라 투자에 나섰다. 이런 10여년간의 선제 투자가 고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종합상사들은 2012회계연도에 사상 최대 규모인 3조1800억엔(46조원)을 해외 투자에 쏟아부었다. 과거 최고치였던 2008년(2조3500억엔)보다 35% 많은 것이다. 7대 종합상사들은 올해도 3조엔 이상의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제조업 공백 상사가 메운다

자동차 전자 등 일본의 주력 제조업체들은 요즘 줄줄이 적자 행진 중이다. 파나소닉은 이번 회계연도에 7000억엔에 달하는 대규모 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된다. 역대 최악이었던 2001년(4277억엔 적자)보다 3000억엔가량 더 많다. 소니도 2200억엔의 적자를 낼 전망이고, 전자전기업체인 NEC와 자동차회사인 마쓰다 등도 적자 규모가 1000억엔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한때 혁신의 대명사로 불렸던 닌텐도도 650억엔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반면 종합상사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7대 종합상사의 2011년 4~11월 순이익은 약 1조3000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미쓰이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40% 증가한 4300억엔, 스미토모는 25% 늘어난 2500억엔으로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일본 대기업 가운데 2000억엔 이상의 순이익을 거둔 곳은 NTT 닛산자동차 등 모두 9곳. 이 중 4곳이 종합상사다. 일본 경제에서 종합상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종합상사들이 무역수지와 소득수지 양쪽 측면에서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며 “엔고와 글로벌 경기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제조업의 공백을 종합상사들이 메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