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해양플랜트 수주확대와 중동지역의 지속적인 수주로 해외 플랜트 사업이 호조세를 이어가면서 피팅 제조업체들이 주목받고 있다. 순차적인 발주로 전체 수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수익성까지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한국플랜트산업협회와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플랜트 업계는 전년대비 0.8% 증가한 650억 달러의 해외수주를 기록해 2003년 이후 8년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설비 분야별로는 해상 오일, 가스의 시추·처리와 관련한 해양플랜트 수주가 전년대비 98.65% 증가했으며 브라질 CSP 플랜트(43억불) 수주에 힘입어 산업시설이 가장 큰 증가율(562.4%)을 보였다. 또한 석유가스수주도 44.1% 증가해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피팅의 경우 플랜트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물량이 공사진행에 따라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눠 발주된다. 통상 플랜트 프로젝트수주 후 평균적으로 9개월 이후에 피팅에 대한 초도 발주가 시작된다. 따라서 여러 프로젝트가 순차적으로 발주되면서 피팅업체들의 전체 수주액은 누적되면서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EPC업체들의 플랜트 프로젝트 수주에 대한 피팅발주가 본격화되면서 지난해말 기준으로 태광성광벤드의 수주잔고는 1877억원과 19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해외플랜트 수주증가 추이를 고려할 때 수주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기록적인 수주잔고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에 생산능력을 확충할 단계까지 이르렀고 이는 곧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가스전과 발전 플랜트 및 해양플랜트용 피팅수주의 증가로 스테인리스 및 알로이 제품 비중 상승이 늘면서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큰 폭의 이익 성장을 나타냈다. 하석원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1년 기계업종 내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이 가장 높았던 업종은 피팅업종"이라고 전했다.

증권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태광의 지난해 매출액 컨센서스는 3004억원으로 전년보다 39.14%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306억원으로 100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성광벤드의 매출액도 2682억원, 영업이익은 309억원으로 각각 18.94%와 26.12% 늘어난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실적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태광의 올해 매출액은 3377억원, 영업이익 56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2.42%와 83.66% 증가하고 성광벤드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8.49%와 74.11% 증가한 3446억원, 538억원으로 전망된다.

하이투자증권은 전방산업인 플랜트시장의 성장과 공급자 우위시장 전환으로 태광과 성광벤드의 올해 신규수주가 각각 3600억원, 3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같은 최대 수준의 수주잔고가 실적에 반영되는 과정에서 밸류에이션도 재평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기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