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풍경] 매서운 어젯밤 '스리 도그 나이트'
어젯밤은 살을 에는 듯이 추웠다. 체감 온도 영하 20도가 넘는 그 시린 추위를 한마디로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저 추위라는 단어 앞에 ‘매서운’이라는 정서적 차원의 수식어 하나 붙이고 쑥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이 추위의 강도를 표현하는 방식은 그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그들은 삶의 동반자인 개를 추위의 척도로 삼았다.

그들은 추운 날 밤에는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들어가 개를 한 마리 끌어안고 잠을 청했다. 이 으스스한 밤은 그들에게 ‘원 도그 나이트(One dog night)’다. 강추위가 몰아치면 두 마리 개를 끌어안았다. 이른바 ‘투 도그 나이트’다. 그러던 어느 날 유례없는 강추위가 몰아쳤다. 사람들은 세 마리의 개를 끌어안았다. 그들은 이 역사적인 밤을 ‘스리 도그 나이트’라고 명명했다. 추위의 정서적 느낌과 계량적 수치를 이처럼 절묘하게 표현하다니. 그 지혜가 참으로 놀랍다.

눈으로 얼어붙은 체코의 데스트네 마을에도 매서운 추위가 몰아쳤다. 그들에게 어젯밤은 ‘스리 도그 나이트’였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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