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삼성전자가 유럽발(發) 반(反)독점 위반 조사 역풍을 맞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된 내용이기 때문에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1일 오후 1시 20분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날보다 1만8000원(1.63%) 하락한 108만9000에 거래되고 있다. 장 초반 100만원 아래로 떨어진 뒤 낙폭을 늘려가는 모습이다.

밤사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반독점 위반 조사 소식이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EU 집행위원회는 31일(현지 시간) 삼성전자를 상대로 반독점 관련 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집행위는 "삼성전자가 필수적인 표준 특허권을 이용해 유럽 내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 경쟁을 왜곡했는지 조사할 것"이라며 "권한을 남용하고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에 약속한 사항을 위반했는지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이 보유한 통신 관련 표준특허는 특허가 없는 기업이 해당 특허를 이용해 제품을 만든 후 협의를 통해 로열티를 지급할 수 있는 특허를 의미한다.

송종호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EU의 조사는 반독점 관련 내용을 삼성전자 뿐 아니라 애플 등을 상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경우 표준특허기술이지만 각 기업과 개별적으로 로열티 협상을 진행했기 때문에 실제 제재를 받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EU는 지난해 11월 삼성전자와 애플을 상대로 EU 반독점법 위반 여부에 대해 예비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송 위원은 "결과를 기다려야겠지만 과거 미국에서 있었던 반독점 사례인 마이크론과의 가격 담합 등과는 그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예상 외의 결과는 없다는데 일단 방점을 찍고 있다"며 "다만 현재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유럽 수출 비중은 전체의 20~25%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조사 결과 특허 남용이 인정되면 유럽 전역에서 진행 중인 애플과의 소송에도 불리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다"고 언급했다.

유럽 지역에서 심화되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권 분쟁에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EU 집행위 발표와 같은 날, 독일 뒤셀도르프 고등법원은 삼성전자가 제기한 태블릿PC '갤럭시탭10.1'에 대한 독일 내 판매금지 가처분 판결에 대한 항소심에서 삼성전자의 항소를 기각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달 20일과 27일에는 독일 만하임지방법원으로부터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3세대(3G) 통신 특허침해 소송에 대해 기각 판결을 받았다.

최도연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태블릿PC의 경우 문제가 된 갤럭시탭 10.1의 수정판인 '10.1N'이 있기 때문에 실제 판매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대응절차를 봤을 때 전반적인 상황이 현재보다 더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발 특허 이슈는 잠재적인 불안요인으로 남아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현재 주가는 실적 대비 여전히 가격 매력이 남아있다는 설명이다.

송 위원은 "최근 급등에 대한 부담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비싸지 않다"며 "1,2분기에도 실적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영업이익이 5조원을 돌파할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