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총액제한 제도(출총제)는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개별 기업의 특징을 고려하지 않은 아날로그 방식입니다. 출총제 부활 보다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합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출총제를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1일 서울 여의도동 63빌딩'상장회사 감사회-상장회사 CFO포럼'에서 가진 강연회에서 대기업 집단을 규제하는 방법으로 기존의 출총제의 부활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 문제의 핵심은 규모가 아니다" 면서 "문제의 본질은 일부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영역을 넘어서 서민의 생업까지 확대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출총제의 부활을 주장하는 이들은 출자총액의 한도를 순자산액의 40%로 제시했지만 2010년 말 기준으로 조사했을 때 실제 대기업 집단들은 20%도 안되는 수준에서 출자했다" 며 "출총제는 대기업의 계열사의 확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순자산액 대비 출자총액 한도는 법이 첫 도입된 1987년 4월 40%에서 1994년 25%로 강화됐다. 그러나 이후 폐지, 부활, 규제 완화 과정을 거쳐 2009년 3월 폐지됐다. 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40% 선에서 부활을 검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출총제의 부활 보다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기업의 규모 자체도 경쟁력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출총제 등으로 무리하게 족쇄를 채우는 것도 문제라는 설명이다.

그는 "대기업들이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업종 전문화로 승부를 걸지, 다각화로 승부를 걸지는 기업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며 "무리한 족쇄는 결국 기업뿐 아니라 국민 경제 전체에도 비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맞춤형 정책의 방향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대기업 집단들이 중소기업들과 공생 발전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하고 △기업 스스로 자율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 △대기업 집단의 행태에 대한 사회적인 감시 시스템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대중소기업의 공생 발전을 위해 4대 기업집단의 자유선언을 기초로 한 모범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총수가 투명경영을 선언하면서 위기를 모면하는 행태도 근절토록할 방침이다.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총수의 말' 보다는 자율규제를 위한 장치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기업 집단에 대한 공시도 보완하기로 했다. 기존 공시는 다소 미흡했기 때문에 올 상반기 중 출자구조를 그림으로 그린 지분도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대기업 집단의 복잡한 출자구조를 한 눈에 파악해 사회적 감시 역량이 강화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상호출자 금지 기업 35개에 대해선 앞으로 신규 편입회사들의 편입사유, 지분구조, 자산규모, 진출 업종 등을 분석해 발표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생산자와 소비자 등 어느 한쪽에 치우침이 없는 균형추의 역할을 하겠다" 며 "지난해 기업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점을 뒀다면 올해엔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에 초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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