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글로벌 주력車  '체급' 키워 수익 높였다
현대·기아자동차 유럽판매법인은 작년 판매실적을 집계해보고 깜짝 놀랐다. 중소형차가 휩쓸었던 판매순위 베스트 3에 2000㏄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새로 진입한 것. 현대차 투싼ix는 1250㏄ 소형차 i10을, 기아차 스포티지는 1000㏄ 모닝을 제쳤다. 스포티지는 작년 6만5000대가 팔려 유럽 판매 1위인 준중형차 씨드를 4000대 차이로 바짝 따라붙었다.

◆늘어나는 중·대형차 글로벌 판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주력 차종의 체급을 키우고 있다. 중대형 승용차와 레저용차량(RV) 등 돈이 많이 남는 고부가가치 차량의 판매 비중이 늘면서 수익성도 개선됐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차종 중 중대형과 RV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대비 각각 1%포인트, 2.8%포인트 높아졌다. 기아차는 중소형차 판매 비중이 53.9%에서 51.8%로 낮아진 반면 RV는 30%에서 32.3%로 늘었다.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기아차 준중형 포르테가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이보다 덩치가 큰 중형 세단 K5가 자체 판매순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쏘렌토R도 작년 13만여대가 팔려 전년보다 판매량이 20% 증가했다.

중국에선 순위 변동은 없었지만 베이징현대의 투싼(현지명 ix35)과 둥펑위에다기아의 스포티지 등 SUV 판매량이 급증했다. 투싼은 10만3023대가 팔려 도요타의 SUV모델 RAV4를 3000대 앞질렀다. 스포티지와 스포티지R은 전년 대비 37% 증가한 총 10만9100대가 팔렸다. 12만8278대로 판매 1위인 포르테에 육박한다.

◆평균 판매가격 10% 이상 상승

중대형 차종으로 판매 비중이 재편되면서 평균단가도 상승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수출 차량의 대당 판매단가(ASP)가 1만52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고 기아차는 1만1800달러에서 1만3100달러로 11.4% 상승했다. 매출액 대비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매출원가율도 현대차가 76.5%에서 75.7%, 기아차가 77.9%에서 76.7%로 낮아졌다.

이는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현대차 영업이익률은 전년비 1.6%포인트 높아진 10.4%, 기아차는 1.2%포인트 늘어난 8.2%를 기록했다.

이재록 기아차 재경본부장은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가고 중형 차종이 잘 팔리면서 원가 구조가 탄탄해지고 실적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도 중대형차와 SUV를 투입해 두자릿수의 영업이익률을 올릴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그랜저HG를 미국에 출시하고 신형 싼타페도 내놓는다. 유럽은 지난해 출시한 중형 왜건 i40의 판매에 힘을 쏟기로 했다. 기아차는 오는 4월 출시하는 대형 세단 K9을 하반기 미국시장에 선보인다. K7 부분변경 모델도 투입한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로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올해 글로벌 시장 여건은 녹록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의 경우 K9 출시로 5% 정도의 판매단가 상승이 예상되지만 단기적인 영업이익률 상승은 힘들 것”이라며 “소비심리 위축에 대비해 경차부터 중대형차까지 골고루 판매비중을 확대해야 장기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