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홀 해저드…단독선두 '엇갈린 운명'
주말에 막을 내린 미국 PGA투어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과 유러피언투어 아부다비HSBC골프챔피언십 최종일 마지막홀에서 단독 선두의 볼이 해저드로 들어가는 위기 상황이 똑같이 연출됐다. 그러나 위기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2타차로 쫓기던 로버트 록(영국)은 타이거 우즈(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거물급 선수들의 추격을 받으면서도 보기로 막아 우승한 반면 카일 스탠리(미국)는 트리플보기를 범하면서 3타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연장전에서 패배했다.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 4라운드가 열린 30일(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인근 라호야의 토리파인스GC 사우스코스 18번홀(파5·572야드). 이 홀은 그린 바로 앞에 노란 말뚝이 꽂힌 대형 해저드가 도사리고 있다. 그린의 경사는 해저드 쪽을 향하고 있고 마지막날 핀은 해저드 바로 위에 꽂혔다.
마지막홀 해저드…단독선두 '엇갈린 운명'
18번홀 티잉그라운드에 섰을 때만 해도 스탠리는 4타차 선두였다. 300야드 드라이버샷을 날린 스탠리는 욕심을 내지 않고 ‘3온 작전’을 펼치기 위해 레이업을 했다. 브랜드 스네데커(미국)가 이 홀에서 버디로 홀아웃하면서 3타차가 됐으나 누구도 스탠리의 우승을 의심하지 않았다. 샌드웨지로 친 스탠리의 세 번째샷은 그린 중앙 앞쪽에 떨어졌다. 그러나 백스핀을 과하게 먹는가 싶더니 볼은 경사를 타고 구르기 시작해 해저드로 들어가고 말았다.

더블보기만 해도 우승이어서 큰 동요는 없었다. ‘5온’을 해서 2퍼트로 마무리하면 그토록 고대하던 생애 첫승을 이룰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너무 조심한 것일까. 1벌타를 받고 해저드 뒤에서 친 스탠리의 5번째샷은 홀을 훌쩍 지나쳤다. 15m가량 멀어졌지만 충분히 2퍼트가 가능해 보였다. 미 CBS TV 자막에는 스탠리가 그동안 60홀째 3퍼트를 하지 않았다는 문구가 나왔다. 그러나 첫 퍼트는 예상보다 짧았고 1.5m 더블보기 퍼트는 홀 왼쪽으로 흐르고 말았다.

어이없는 트리플보기로 스네데커와 연장전에 들어갔다. 연장 첫 번째홀인 18번홀을 버디로 비겼으나 두 번째홀인 16번홀에서 스탠리는 1.5m 파퍼트를 또다시 놓치며 다 잡은 우승을 헌납하고 말았다. 4라운드 한때 2위와 7타차나 앞서가던 스탠리로선 땅을 칠 일이었다. 우승상금은 108만달러, 2위 상금은 64만8000달러. 스탠리는 첫승과 함께 43만2000달러(4억8600만원)를 눈앞에서 날려버렸다.

앞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GC에서 열린 아부다비HSBC골프챔피언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2타차 선두를 달리던 록의 18번홀(파5) 티샷이 우측으로 밀리더니 워터해저드로 들어가 버렸다. 록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동반자인 우즈의 끈질긴 추격을 잘 버텨왔으나 여기에서 무너지나 싶었다. 매킬로이는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아 2타차로 따라붙은 채 경기를 마쳤다.

록의 볼은 해저드 경계선(빨간 말뚝)을 넘어 맨땅에 멈춰 서 있었다. 다행히 샷이 가능해 보였으나 볼 아래 놓여 있는 큰 돌 때문에 스탠스를 취하기 어렵자 1벌타를 받고 후방에서 드롭을 선택했다. 록의 세 번째샷은 훅이 걸렸으나 페어웨이에 멈췄고 네 번째샷을 그린에 올려 2퍼트로 마무리하며 짜릿한 1타차 우승을 거머쥐었다. 228번째 대회만에 거둔 두 번째 우승이다.

한편 재미교포 존 허(22)는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에서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공동 6위를 기록했다.

노승열(21)은 합계 7언더파 281타로 공동 27위, 시즌 첫 ‘톱10’ 진입을 기대했던 배상문(26)은 이날 버디 1개에 7개의 보기를 쏟아내며 합계 6언더파 282타로 공동 33위에 머물렀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