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집게에서 아파트까지…스마트폰, 손안의 벼룩시장 되다
사회복지사 남모 씨(33)는 스마트폰 중고장터 애플리케이션(앱)의 단골 손님이다. 지난 29일에도 평소 보지 않던 영화 DVD 50장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다 앱에 내놨다. 물건을 올려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너 통의 문의전화를 받았다.

남씨는 "문의가 온 이들 중 입금이 완료된 사람에게 DVD를 넘길 예정" 이라며 "이전에도 이 앱으로 시계, 신발, 명품 가방 등 쓰지 않는 물건을 판매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장모 씨(26)는 처치 곤란인 물건을 처리하는 데 중고장터 앱을 이용했다. 선물로 받은 화장품이지만 피부에 맞지 않아 내놓기로 했다.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상품이라 가격을 10% 할인해서 내놓았다. 일주일 만에 거래가 성사됐다.

◆애물단지, 스마트폰 중고장터에서 사고판다

온라인이나 동네 벼룩시장에서 이뤄지던 중고제품 거래가 손 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중고 물품을 앱에서 간단히 사고파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중고장터 앱도 활성화되고 있다.

31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2010년 720만 명이던 스마트폰 사용 인구는 지난해 2250만 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당시 한 두개에 불과하던 국내 중고 장터 앱도 2012년 1월 현재 20여개로 증가했다.

판매하는 물품 종류도 다양하다. 빨래집게, 칫솔세트 등 생활용품에서 타로카드, 보드게임 등 취미 용품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중고 물건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들 모두를 통합 검색할 수 있는 앱도 등장했다.

중고거래 앱이 늘어나게 된 배경에는 편리함이 자리잡고 있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중고 거래는 기존 온라인 거래와 비교해 절차가 간편하다. 가입 후 사진과 간단한 제품 정보를 올리면 판매자의 위치를 비롯한 거래 정보가 앱 장터에 게재된다.

위치기반서비스(LBS)를 활용해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끼리 실시간으로 직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까다로운 회원 가입과 판매자 등록 절차도 없다. 한 가지 물건을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오픈마켓에서 비교해가며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더군다나 소셜커머스가 활성화된 것도 중고거래 앱이 늘어나는 데 한 몫을 했다. 시간과 물품개수의 제한이 있는 소셜커머스의 특징상 일단 구매하고 보자는 충동적인 소비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자들이 중고거래 앱을 통해 구매한 신제품을 내놓는 경우가 생기면서 거래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가장 활성화된 중고거래 앱은 ‘번개장터’다. 2010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2년 1월 현재 누적된 중고 물품이 90만 건에 달한다. 번개장터 앱에선 거리, 등록일, 인기 순 혹은 종류별로 물건을 검색할 수 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연동해 판매하는 물건을 지인들에게 알릴 수도 있다.

지난해 9월 출시된 '니어바이' 앱은 말 그대로 가까운 곳의 이웃과 중고품을 사고파는 앱이다. 2012년 1월 현재 1만800여건의 누적 다운로드 수를 기록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경쟁 업체와 비교해 많은 수가 아니지만 ‘이웃과의 공유’를 강조한 서비스로 공유하는 문화를 이끌겠다" 며 "자원 절약을 통해 친환경 사회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기피해는 여전…직거래 활용으로 예방해야

편의성에 거래물품의 증가로 중고품거래가 늘었지만, 안정성에선 부족한 점이 많다. 실제 앱을 통해 구매한 소비자들은 사진과 다른 제품에 실망했지만 항의할 창구는 마땅히 없다.

직장인 김진솔 씨(29)는 중고거래 앱이 믿을 만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중고거래 앱을 통해 패딩 점퍼를 구입했지만 빛바랜 색상과 작은 사이즈 등 사진과 다른 제품에 실망했다. 김씨는 "사진과 수령한 물건과의 차이가 큰 데다가 흠집도 여러군데 있었다" 며 "판매자에 대해 아는 정보는 카카오톡(모바일 메신저) 아이디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피해 사례가 늘고 있지만 피해를 구제할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앱을 운영하는 업체의 고객센터가 따로 운영되지 않는 데다 앱은 소프트웨어가 아닌 이동전화의 사례로 분류되면서 정확한 집계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다운로드 건수 상위 5개 앱의 경우 피해 사례를 전화로 신고하기가 쉽지 않다. 공개된 전화번호가 없거나 있어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 중고품 구매자 입장에선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앱을 운영하는 회사에게 기댈 수 없는 셈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스마트폰 앱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따로 집계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콘텐츠분쟁위원회 관계자도 "신고자와 피신고자가 명확해야하기 때문에 앱 운영업체와 연락이 닿지 않으면 조정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일부 중고장터 앱 개발자들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에스크로(거래 당사자 간 신용관계가 불확실할 때 제3자가 이를 중계하는 매매 보호 서비스)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다만 에스크로가 도입되면 이용자에게는 거래 절차가 복잡해진다는 단점이 있어 도입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고장터 앱의 한 관계자는 "신고를 귀찮아하는 구매자의 심리를 악용해 싼 가격으로 사기거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가격과 관계없이 직거래가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자상거래 전문가들은 직거래를 통해 물건을 구입한다면, 위치기반서비스와 즉시 통화가 가능한 스마트폰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라고 권했다. 메신저에서 주고 받은 대화내용과 임금내역 등을 보관하는 것도 피해를 막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박은아 기자 sn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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