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은 오는 4월 서울 상일동 첨단업무단지에 지은 신사옥으로 이전한다. 서울 도곡동에 둥지를 튼 지 10년 만이다. 3개 건물로 이뤄진 신사옥은 연면적만 18만1756㎡로 8000여명이 일할 수 있는 규모다.

이 회사가 사옥을 옮기는 이유는 급증하고 있는 임직원 수를 감당하지 못해서다. 2005년 1800명이었던 인력 규모는 2년 만인 2007년 3400명으로 배 가까이 증가한 후, 매년 1000여명 이상 늘어났다. 2009년부터는 사무실이 부족해져 신사옥 건설에 들어갔다. 그동안 7800여명(작년 말 기준)에 이르는 임직원들은 도곡동 본사와 대치동 글라스타워 등 9개 빌딩에 흩어져 근무해 왔다.

덩치가 커진 신사옥으로 이전을 앞두고 있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의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현 임직원 수만 놓고 보면 신사옥만으로 충분하지만, 향후 인력 확충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돼서다.
매년 1000여명 뽑는 삼성엔지니어링의 힘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도 1100여명을 신규 채용, 전체 인력 규모가 8900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2015년까지 1만5000여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새 빌딩으로 이사를 앞두고 다시 부족한 사무공간을 걱정하고 있는 이유다.

삼성엔지니어링은 고민 끝에 신사옥 인근에 들어설 오피스빌딩을 매입하거나 빌려 추가 사옥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15년께 회사 임직원 수가 현재보다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 아예 신사옥 인근에 사옥을 하나 더 마련해두자는 판단에서다.

회사 관계자는 “신사옥 이전 후에도 사무실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여러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무실이 부족할 정도로 삼성엔지니어링 임직원 수가 늘어난 까닭은 회사의 놀라운 성장세 때문이다. 해외 플랜트 사업을 대폭 강화하면서 중동 시장 외에도 태국 베트남 중국 등 아시아, 동유럽, 아프리카, 중남미, 미국 등지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사업규모가 커졌다.

2009년 말 사령탑에 오른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의 ‘사람 욕심’도 한몫했다. 주력 사업인 화공뿐만 아니라 발전, 철강, 환경 분야까지 사업분야를 넓혀가면서 매년 엔지니어만 1000명 가까이 채용했다. 엔지니어링 인력이 대부분 5년 이상 경력이 있어야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선제적 인력 투자에 힘을 쏟아 왔다. 국내 경쟁업체들이 연간 100~200명가량의 엔지니어를 뽑아온 것에 비하면 5~10배가량 인력을 더 확충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수년간 엔지니어 인력을 대거 확보하면서 관련업계에선 엔지니어 확보 전쟁이 일어났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인력 확보에 따른 성과는 숫자로 증명됐다. 2005년 2조원, 1조1000억원대이던 삼성엔지니어링의 수주와 매출액은 매년 평균 30% 이상 뛰었다. 지난해는 각각 11조8000억원, 9조3000억원에 달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수주와 매출 목표를 각각 16조원, 11조5000억원으로 잡았다. 역시 작년대비 30%가량 늘어난 규모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