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특혜' 논란에 측근 비리까지…최시중, 버틸 힘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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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전격 사퇴 배경
양아들 정용욱 씨 꼬리문 소문에 부담
'종편 챙기기'에 방송·통신정책 난맥상
양아들 정용욱 씨 꼬리문 소문에 부담
'종편 챙기기'에 방송·통신정책 난맥상
◆수그러들지 않는 의혹
정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사실 여부를 떠나 최 위원장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씨는 ‘최시중 양아들’로 불릴 만큼 신임을 얻었던 정치 컨설턴트로 방통위 재직 당시 ‘정치집사’ 노릇을 했다. 이 바람에 지난해부터 정씨가 업계에서 돈을 받았다느니 최 위원장 ‘돈 심부름’을 한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지난해 가을쯤에는 이런 소문이 청와대에까지 들어가 진상조사를 벌였고 정씨는 “억울하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결국에는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최 위원장에게 “정용욱 보좌역에 대한 나쁜 소문이 너무 많으니 내보내는 게 좋겠다”고 건의했고 10월쯤 사퇴시켰다. 그러나 그 후에도 정씨를 둘러싼 소문은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정씨가 이동통신사로부터 수억원을 받았다느니, 케이블 사업자로부터 수억원을 받았다느니, 교육방송 사옥 부지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수억원을 받았다느니 온갖 의혹이 언론에 보도됐다. 일부 언론에선 정씨가 업계에서 받은 돈 가운데 일부를 최 위원장에게 전했을 것이란 추측성 기사도 나왔다. 최 위원장은 철저히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고 언론노조 등 시민단체들이 최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지경에 이르자 지인들에게 “내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떠나는 게 낫겠다”며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다만 갑자기 사퇴할 경우 지금까지 불거진 의혹을 모두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 추이를 지켜보며 진퇴를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최 위원장이 정씨를 통해 업계로부터 돈을 받았는지, 그 돈을 국회의원들에게 뿌렸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본인이 강력히 부인하고 있고 검찰도 현재까지는 혐의를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야당 측 상임위원도 “정황상 돈을 받지 않았을 수 있다”며 “그렇더라도 도덕적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편 ‘올인’ 무리수 거듭
종편 사업자 선정에 따른 방송·통신정책 난맥상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측면도 강하다. 최 위원장은 재임 3년10개월 동안 4개 종편 사업자를 선정하고 이들이 자리를 잡도록 하는 데 총력을 쏟았다. 이를 위해 관련 법 개정을 강행해 관련업계로부터 “방통위가 ‘방송정치위원회’로 변질됐다”느니 “종편 일병 구하기만 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최 위원장이 총력을 쏟아 탄생시킨 조선TV jTBC 등 4개 종편 채널은 개국 2개월이 지난 지금도 0%대 시청률을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업자 선정 당시 방송업계나 방송학계에서는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4개나 선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정치적 부담이 작은 쪽을 택해 화를 자초했다.
종편 사업자 선정 후 지상파 사업자들은 최 위원장의 ‘종편 챙기기’에 화가 났고, 케이블TV 사업자들과의 재송신료 협상에서 방통위의 중재를 무시하기 일쑤였고 케이블 사업자들은 지상파 재송신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방통위는 방송사들의 로비 대상이 돼 차분히 진흥정책을 집행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통신정책에서도 난맥상을 드러냈다. 경쟁을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방통위원장 취임 이후 와이브로 기반의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추진했으나 마땅한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아 무산됐다. 이제는 제4 이통 사업자 선정을 계속할지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와이브로 살리기도 실패했고 경쟁 활성화에도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방통위가 방송·통신산업 발전을 주도하는 구심점 역할을 상실한 데는 정보통신부를 해체하면서 어정쩡한 합의제 기구로 출범시킨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인터넷 정책이나 통신 정책까지 비전문가 집단인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결정하는 바람에 실·국장의 권한이 약해졌고 무사안일주의가 확산될 수 있는 토양이 조성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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