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두통약 해열진통제 소화제 등 일반의약품의 편의점 판매가 약사들의 집단이기주의에 밀려 발목이 잡혔다.

대한약사회는 26일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보건복지부와 논의해온 ‘가정상비약(일반의약품)의 편의점 판매 협의안’에 대해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하지만 의결정족수를 넘기지 못해 무효 처리됐다. 이로써 정부와 약사회 간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이날 오후 2시 대한약사회관에서 열린 임시총회에는 282명 대의원 전원(14명 위임)이 참석했지만 투표에 앞서 편의점 판매를 반대하는 30명의 대의원이 총회장을 빠져나가 252명의 대의원만 투표에 참여했다. 이날 임시총회는 고성과 욕설이 난무한 가운데 저녁 8시를 넘겨서야 투표가 시작되는 등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개표 결과 찬성 107표, 반대 141표, 무효 4표로 정관상 과반수(142표)를 넘겨야 하는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안건 자체가 무효화됐다. 결론을 짓지 못한 채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복지부와 약사회 집행부는 지난해 12월 의약품을 전문약과 일반약으로 구분하는 2분류 체계를 유지하는 대신 복지부 장관이 고시하는 감기약 소화제 해열진통 제 등의 일반의약품을 ‘24시간 편의점’이라는 특정 장소에서 팔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에 합의했었다.

약사회 집행부는 임시총회 결과에 상관없이 복지부와의 협상을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반대표가 많아 2차 임시총회가 열릴 가능성이 크고 복지부와의 합의안 부결을 배제할 수 없어 약국 외 판매가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약사회 집행부는 27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향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부결될 경우에 대비해 약사회 의견과 관계없이 의약품을 전문약, 일반약, 약국외판매약으로 3분류하고 약국 밖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의약품 수를 대폭 늘릴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 절대 다수가 원하는 사안인 만큼 일부 약사들의 집단 이기주의에 떠밀려 정책이 좌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