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단조 투자로 존폐 위기에 몰렸던 풍력발전업체 유니슨이 클린화 작업을 착실하게 진행하면서 '도시바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5월 유니슨의 전환사채(CB) 400억원을 인수, 사실상 최대주주에 오른 도시바는 지난해말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과 '기본계약 및 옵션 계약'을 체결, 유니슨의 정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도시바의 참여로 유니슨의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일본 시장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업활동 정상화로 유니슨이 점차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유니슨, 채권단 출자전환…향후 도시바 지분 확대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 하나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유니슨의 채권은행들은 지난해말 586억7190만원 규모의 채권을 출자전환했다.

도시바는 CB물량을 주식을 전환할 수 있는 오는 5월 27일이후 채권은행들이 보유한 출자전환 주식 물량의 30%에 해당하는 290만9355주를 취득할 수 있는 옵션을 갖고 있다. 채권단 물량을 취득한 이후에도 추가로 지분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채권단의 출자전환으로 우선 유니슨의 재무구조는 크게 개선됐다.

과거 우량한 재무구조를 유지하던 유니슨의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은 단조사업에 무리하게 투자했기 때문이다. 유니슨은 2007년부터 2008년 6월까지 2040억원을 투자해 사천공장을 신축했다. 이 과정에서 차입금 규모가 442억원에서 2660억원으로 크게 늘면서 부채비율은 2006년말 70%에서 2008년말 237%로 높아졌다. 사천공장의 본격적인 가동 이후에도 글로벌 경기침체와 전방산업 업황 부진으로 전 사업 부문의 낮은 가동율이 지속되면서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말 1548%로 확대됐다.

하지만 이번 출자전환으로 586억원 가량의 부채가 출자전환되면서 부채비율은 324%로 낮아지게 됐다. 오는 5월 도시바의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부채비율은 200% 이내로 떨어지게 된다. 또 채권은행단과 2010년 7월부터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Fast-Track Program)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기존채무의 연장과 이자율 감면 등의 채무조정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될 전망이다.

◆ 일본, 원자력 발전 감축…도시바, 풍력사업 '확대'

영업측면에서도 도시바 효과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원자력발전 업체 도시바가 유니슨 인수에 나선 것은 일본 후쿠시마 제1발전소의 원전 사고로 지금까지 사업의 중심이었던 원자력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2012년 회기내 원전의 수명을 40년으로 제한하는 것을 법제화하기로 했다. 일본 국민이 원전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원전 수명 제한 법제화로 일본의 원전감축 정책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이에 다급해진 도시바는 지난 4월 방한, 채 한달도 되지 않아 유니슨 투자를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가 추가 출자를 통해 유니슨을 재건, 새로운 회사로 재탄생 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유니슨은 도시바의 풍력발전기 개발, 생산, 설치, 운영을 담당하는 하나의 사업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이 향후 20년간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5억 킬로와트의 전기를 충당하기로 하는 등 일본내 풍력 발전 시장이 상당히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유니슨을 통해 풍력사업에 진출한 도시바의 일본내 영업으로 유니슨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도시바가 유니슨의 사실상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유니슨 자체 영업도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유니슨은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퓨처에너지 컴퍼니와 약 245억원(2160만달러) 규모의 750kW 풍력발전기 8기의 EPC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4일과 18일에는 윈앤피와 각각 124억원, 144억원 규모의 풍력발전용 타워 공급계약을 연달아 체결했다. 또 '서남해 2.5GW 해상풍력 종합추진계획'에도 참여키로 해 향후 해상풍력발전 시장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도시바의 일본내 풍력발전 사업 참여 등을 감안하면 유니슨의 수주 규모가 연간 수천억원에 달할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잇단 자산 매각…풍력발전사업 '집중'

한편 유니슨은 풍력발전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수익성이 낮은 사업부를 정리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9년 5월 태양광사업부의 사업을 중단했으며 지난 5월 플랜트 및 건설사업부를 분할한 유니슨하이테크의 영업 및 자산부채와 7월 영덕풍력발전을 매각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단조사업부문의 사업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말 단조부문의 공급계약을 대부분 해지했다.

단조사업부는 전체 자산총액에서 50% 이상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2010년까지 매출액은 20% 가량에 그쳤고 지난해부터는 10% 이하로 급감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단조사업부 매출액은 25억3800만원에 불과했지만 영업손실은 375억원에 달했다.

이 회사는 현재 단조사업부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업황이 부진한 탓에 매각 작업이 쉽지는 않지만 여러가지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시 전문가는 "유니슨의 현재 생산능력은 최대 약 1조원까지 가능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단계적인 회사 재생절차와 단조사업 매각 등을 통해 풍력발전 전문기업으로 거듭날 전망이어서 2012년에는 흑자전환이 가능하고 부채비율도 100%대로 낮아져 새로운 크린기업으로 재탄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