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자동차, 멋진 자동차, 귀여운 자동차…. 다양한 디자인 요소를 갖춘 자동차들이 해마다 쏟아지고 있다. 디자인 영역은 21세기 글로벌 자동차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요 자동차 메이커마다 디자이너 스카우트 경쟁도 치열하다. 소비자들도 차를 고를 때 디자인을 중시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디자인 기술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자동차 브랜드별로 디자인 총책임자를 살펴봤다.

글로벌 車시장 주름잡는 '디자인의 귀재들'

○車디자인 전설들…뱅글·슈라이어·실바

서구 록 음악계에선 1970년대 전성기를 구가한 에릭 클랩튼, 제프 벡, 지미 페이지 이들 셋을 두고 오랫동안 ‘세계 3대 기타리스트’라는 표현이 오고 갔다. 자동차 디자인 세계도 예외는 아니다. 기아자동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인 피터 슈라이어(59)와 18년간 BMW에서 작업한 크리스 뱅글(56),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디자인 총괄 책임자인 월터 드 실바(61) 등은 2000년대 들어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라는 명성을 얻었다.

재규어의 수석 디자이너 이안 칼럼(57)과 제너럴모터스(GM)의 전체 디자인을 맡고 있는 에드 웰번(61)도 베테랑 디자이너로 꼽힌다. 칼럼은 영국 고급차 브랜드인 애스턴 마틴을 거쳐 올해로 14년째 재규어의 디자인 총괄을 맡고 있다. 재규어 XF 및 XJ 등을 작업해 명성을 떨쳤다. 1972년 뷰익 디자이너로 입사한 웰번은 뷰익 라크로스, 쉐보레 카마로 및 말리부 등을 진두지휘했다. 2002년부터 GM의 디자인 총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디자이너 ‘세대 교체’ 40대가 주도…“지금은 내가 왕”

독일 BMW그룹은 아드리안 반 후이동크(47)가 디자인 총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1992년 BMW에 입사한 그는 2009년 BMW에서 은퇴한 크리스 뱅글의 뒤를 이어 디자인 총괄 자리에 올랐다. 2000년대 들어 6시리즈, 7시리즈의 세대 교체를 주도했다.

폭스바겐은 스테판 시엘라프(49)가 수석 디자이너 임무를 맡고 있다. 작년 12월 아우디에서 그룹 계열사인 폭스바겐으로 옮겼다. 아우디에선 R8 스파이더, A8 등을 작업했다. 볼프강 에거(48)는 전임자 시엘라프의 뒤를 이어 올초부터 아우디 디자인의 총책임을 맡게 됐다. 에거는 아우디 콰트로, 아우디 e-트론의 디자인을 맡으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수석 디자이너 고든 바그너(44)는 2008년 벤츠의 디자인 사령탑을 맡았다. 그후 벤츠 특유의 각진 디자인을 유선형으로 고치는 작업을 주도해왔다. 걸윙(gull wing) 도어를 단 SLS AMG 로드스터는 그의 대표작이다. 그는 중장년층에게 인기 있던 벤츠에 젊은 감각을 불어넣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車시장 주름잡는 '디자인의 귀재들'

현대차그룹 슈라이어와 채프먼…‘디자인 경영’ 가속화

현대·기아차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영입으로 디자인 경영을 가속화하고 있다. 기아차는 독일 아우디와 폭스바겐에서 일했던 피터 슈라이어를 2006년 디자인 총책임자로 영입하면서 디자인 혁신을 이뤄냈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일명 ‘호랑이코’라고 불리는 그릴 패밀리룩을 만들어내는 등 기아차 디자인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K5, K7 등 K시리즈를 포함 쏘렌토R, 스포티지R, 쏘울은 슈라이어 부사장이 진두지휘한 작품이다. 이후 기아의 주요 모델은 굿디자인, 레드닷 디자인, iF디자인 등 해외 유수 디자인상을 받았다.

현대차는 작년 말 BMW 출신의 크리스토퍼 채프먼을 수석 디자이너로 영입했다. 채프먼은 현대차로 옮기기 이전 BMW 디자인 총책임자인 아드리안 반 후이동크에 이은 2인자 역할을 해낸 것으로 알려졌다.

채프먼은 이전까지 BMW X5, X3, 1시리즈 등을 작업했다. 후륜구동 자동차 디자인의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때문에 현대차가 2013년 이후 후륜구동 프리미엄 모델(SUV·스포츠세단)을 내놓기 위한 전략이란 평가도 나온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