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헤지펀드에 '개인 큰손' 몰린다
지난주 개인 거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처음으로 헤지펀드 판매에 나선 삼성증권 AI(대체투자)팀은 깜짝 놀랐다. 기관투자가들의 한국형 헤지펀드 가입이 부진한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초기 반응이 예상보다 뜨거웠기 때문이다. 금융자산 30억원 이상 초고액자산가(UHNW)를 대상으로 만든 삼성증권의 ‘SNI코엑스인터컨티넨탈’점에서는 한 개인 투자자가 20억원의 뭉칫돈을 넣은 것으로 알려져 전 SNI지점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적격투자가로 구분되는 일반법인도 50억원을 투자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헤지펀드인 ‘삼성 H클럽 에쿼티 헤지 제1호’는 지난 20일 설정액이 650억원으로 늘었다. 단일 헤지펀드로는 최대 규모다. 작년 12월23일 한국형 헤지펀드가 출범한 이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신한BNPP 명장 한국주식롱숏 제1호’가 570억원으로 최대 펀드 자리를 유지해왔다.

◆개인 ‘큰손’들의 헤지펀드 관심

삼성자산운용 헤지펀드 설정액이 증가한 것은 ‘왕개미 군단’ 덕분이다. 35명 안팎의 개인들이 20일 추가 설정일에 맞춰 220억원을 넣었다. 금융당국은 헤지펀드가 초기인 점을 감안, 개인은 가입금액을 최소 5억원 이상으로 정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이달부터 거액자산가들을 소규모 그룹으로 나눠 직접 접촉했다”고 전했다. 20일 설정액의 절반에 가까운 90억원가량은 ‘삼성SNI’ 지점에서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지펀드는 기관투자가 등 전문투자자를 제외하곤 49인 이하로 투자자 수에 제한이 있어 삼성자산운용은 추가 펀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오는 30일 추가 가입이 가능하지만 투자자 수 제한에 걸릴 수 있어 다른 전략을 쓰는 2호 펀드를 선보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규정상 6개월내 같은 전략의 헤지펀드를 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헤지펀드 설정액 3000억원 넘어

10개 자산운용사 헤지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23일 1500억원에서 이달 20일엔 3194억원으로 한 달 새 1694억원 증가했다. 초기 종잣돈 성격의 ‘시드(seed)머니’와 초기투자자금인 ‘앵커(anchor)머니’는 어느 정도 들어온 상태다.

연기금 중에는 정부기금 한 곳과 우정사업본부만 투자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심윤보 우리자산운용 마케팅전략팀장은 “거액자산가들은 물가상승률을 소폭 웃돈는 7~8% 수익률에도 만족한다”며 “개인들 사이에도 수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자산운용과 하나UBS자산운용도 내달부터 각각 우리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과 하나은행 PB지점을 통해 개인을 상대로 판매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헤지펀드 가입과 해지는 일반 주식형펀드와 다르다. 동양자산운용의 ‘동양 MY ACE 일반형 1호’는 매일 가입과 환매가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월 2~3회 정도로 가입과 환매가 제한된다. 삼성운용은 매달 10일과 20일, 최종 영업일 전날 등 3회에 걸쳐 가입과 환매 신청을 받는다.

신한BNP파리바운용은 매달 5일과 20일 두 번 가입과 환매 신청이 가능하며 우리자산운용은 가입의 경우 월 3회(5·15·25일), 환매신청은 25일 하루만 받는다.

서정환/임근호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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