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무관세로 中수출…年 3800억원 번다
2010년 체결된 중국·대만 간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이 올해 대만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25일 중국신문망 등에 따르면 대만 경제부는 “ECFA로 중국에 수출이 가능해진 539개 품목 중 437개 품목의 관세가 이달 순차적으로 철폐돼 기존 76개를 포함해 총 513개 품목에 대한 관세가 없어졌다”며 “ECFA 대상 품목 중 95%가 무관세를 적용받게 되면 직접적인 혜택이 연간 3억3000만달러(38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꺼번에 437개 품목의 관세를 없앤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진단하고 “이는 중국과 대만 간 경제협력이 강화될 것임을 암시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대만은 올해 4%대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기자유화 품목 중 95% 관세 철폐

중국과 대만은 2010년 6월 일종의 자유무역협정(FTA)인 ECFA를 체결했다. 양측은 협상에서 중국은 539개, 대만은 267개 품목을 조기자유화 품목으로 지정, 3년 이내에 단계적으로 수입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월 대만의 대중국 수출품 76개 품목에 대해 1차로 관세가 철폐됐고 이번에 추가로 관세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1월 한 달간 기계 화학 자동차부품 등의 관세가 차례로 없어졌다.

경제일보는 “이번 2단계 관세 철폐 조치가 가장 폭이 크고 제품 수도 많다”며 “이번 조치로 ECFA의 효과가 본격화되고 대만의 대중국 수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되는 부문은 항공유 프로필렌 염화비닐 등 석유화학 분야의 88개 항목이다. 석유화학제품은 평균 6.5%의 관세를 적용받다가 지난해 1단계 조치로 관세가 5%로 낮아졌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무관세로 수출이 가능해졌다. 또 5~9%의 관세를 적용받던 기계류 108개 품목도 이번 조치로 무관세 적용 대상이 됐다. 이와 함께 10~15%의 관세를 적용받던 냉동생선 바나나 레몬 팽이버섯 오렌지 찻잎 등 16개 농산물도 관세가 없어져 대중국 수출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관광수입 외자유치 등 간접효과도 커

대만의 경제평론가인 저우위톈(周雨田)은 “해외 시장의 불확실성에 직면한 대만 경제에 올해 가장 큰 강점은 ECFA가 될 것”이라며 “해외 수출 부진을 대중국 수출 증가로 상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만 정부는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소폭 둔화된 4.3%로 정했다.

대만은 지난해에도 ECFA로 직접적인 관세 혜택이 1억1400만달러에 달했고 대중국 수출량도 12.5% 증가했다. 특히 생선 과일 등 농산물 수출이 25% 증가하는 등 일부 품목에서 관세 인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대만 무역국에 따르면 올해 513개 품목이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됨에 따라 조기자유화 품목의 대중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약 12% 증가한 231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ECFA에 따른 간접적인 효과도 크다. 지난해 대만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2010년 163만명보다 10.4% 증가한 180만명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2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연합조보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의 외자유치 금액은 35%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대만 기업과 합작을 통해 중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외자기업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장관화(張冠華) 중국사회과학원 대만연구소 부소장은 “ECFA가 대만 기업들에 중국은 물론 세계로 가는 길을 열어줬다”고 평가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