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유럽중앙은행(ECB)도 그리스 국채 헤어컷(탕감)에 동참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 보도했다.

ECB는 400억유로 정도의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스 총부채 규모는 2600억유로다. ECB는 2010년 국채시장 안정을 위해 그리스 국채를 액면가보다 싸게 사들였고, 그리스 은행들에 대출해주면서 그리스 국채를 담보로 받기도 했다.

그리스 국채를 갖고 있는 대형 은행과 보험사 등으로 구성된 민간 채권단은 현재 원금의 50% 이상을 탕감해주기 위해 그리스 정부와 협상 중이다.

하지만 ECB는 자신들은 민간 금융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그리스 국채 손실을 떠안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 채권단은 ECB의 태도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간 채권단 대표인 찰스 달라라 국제금융협회(IIF) 회장은 “우리는 그리스 국채의 60%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며 나머지 40%는 공공기관들이 갖고 있다”며 “ECB를 포함한 모든 관계자들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말했다.

이에 IMF는 ECB가 민간 채권단처럼 그리스 국채에 대해 일정 비율 원금 손실을 보거나 그리스 국채 투자로 얻은 수익을 그리스 구제에 사용하라는 압박을 넣고 있다.

IMF는 그리스 국채를 갖고 있는 민간 채권단과 공공기관들이 더 많은 손실을 감내하지 않는다면 그리스 국가부채 규모가 202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30%로 줄어드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그리스 정부는 민간 채권단과의 손실률 확정 협상이 26일 재개된다고 밝혔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