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두고 코스피지수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개인투자자 A씨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일주일 전 중국 관련 대형주를 매수해 은행 예금금리 이상의 평가이익을 냈지만 설 연휴를 앞두고 이익을 실현해야 할지, 보유하고 넘어가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20일 증권업계에선 오는 23∼24일 이틀간 설 연휴 휴장이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보유주식을 매도하기 보다는 안고 가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데 보다 무게를 두고 있다. 단기적으로 코스피지수의 박스권 상단이 높아진 만큼 증시의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오전 10시5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6.35포인트(0.85%) 오른 1931.32를 기록 중이다.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의 선·현물 매수세에 힘입어 장중 상승폭을 확대, 작년 12월 기록한 전고점(1929.18)과 함께 1930선을 돌파했다.

유럽 재정위기 해법안 도출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 경착륙 우려 완화와 춘제(설) 소비 개선 기대 등이 맞물리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유럽 재정위기의 구체적인 해법은 오는 30일 유럽연합(EU) 정상회담 전후에 시장에 전해지겠지만, 최근 유럽 각국의 국채 발행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설 연휴 동안 발생할 일들에 대한 막연한 불안으로 주식 매도에 나설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무더기 신용등급 하향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안정을 찾아 내성이 생겼음을 방증했고,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은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코스피지수의 상승세가 설 이후까지 이어질 전망이고 오름폭도 기존 박스권을 넘어설 것"이라며 "외국인 매수세가 확대되면서 코스피지수의 방향성이 결정됐고, 기관의 포트폴리오 집중화 현상도 완화됐다"고 진단했다.

정보기술(IT)주 중심의 반등에서 벗어나 상승에 참여하는 업종이나 종목이 늘어나고 있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설 연휴기간 EU 재무장관 회담이 예정돼 있지만 30일 EU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만큼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미국 증시가 작년 8월 신용등급 강등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독일 증시도 200일 이동평균선까지 올라오는 등 세계 증시가 비교적 양호한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 비춰 국내 증시도 선전하는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그동안 코스피지수가 비교적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휴 공백 이후 단기 조정이 나타날 수 있지만 혼조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일부 주식비중을 축소한 후 조정기 재매수하는 전략이 최선이겠지만 기민한 대응에 자신없다면 주식을 보유하고 연휴를 넘기는 방안이 낫다"고 설명했다.

관심을 가질 만한 업종 및 종목군으론 대중국 관련주와 IT주 등이 꼽혔다.

박성훈 연구원은 "최근에는 조선, 건설, 화학, 운수창고, 철강금속, 은행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업종들이 강하게 반등하고 있다"며 "유럽 사태에 대한 우려 완화와 세계 경기에 대한 시각이 개선되면서 상대적인 가격메리트와 실적 반등이 기대되는 경기민감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이를 감안한 종목선별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이에 편승하는 전략을 주문했다.

이선엽 연구원은 "IT 업종과 함께 해외건설 및 경기 회복 기대에 따른 화학, 철강, 조선, 금융 업종으로의 순환매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IT와 외국인 및 기관 선호 업종에 대한 관심을 높일 시기"라고 강조했다.

유욱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순환매가 좀 더 지속될 전망이고, 차기 순환매가 이어질 수 있는 후보군으론 단기적으로 중저가 대형주가 첫번째로 꼽힌다"며 "외국인 투자가들이 최근 순매수하고 있는 종목군 중 낙폭이 큰 대형주와 유동성이 풍부한 옐로칩 성격의 중저가 대형주가 부각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