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는 설 연휴를 앞두고 다소 제한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의 선·현물 매수세에 힘입어 1%이상 상승, 한 달 여 만에 1900대를 회복했다.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 7432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해 8거래일 연속 '사자'세를 이어갔다. 외국인은 지수선물시장에서도 1만1720계약 매수 우위를 기록, 외인 매수세에 선·현물 가격차인 베이시스가 높아지면서 프로그램 차익 거래를 통해 현물 시장에 자금이 대거 들어왔다. 이날 전체 프로그램은 7001억원 순매수로 집계됐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가 고용 지표와 금융주들의 실적 개선세에 사흘째 오름세를 이어간 점은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35만2000건으로 지난 2008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모간스탠리는 비록 적자는 면치 못했지만 예상보다는 양호한 실적을 발표했다. 한편 그리스 정부와 트로이카(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국제통화기금) 당국은 2차 구제금융협정을 맺기 위한 최종 협상을 시작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의 상승세는 좀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지수가 1900대 초반으로 올라온데다 설 연휴를 앞두고 있어 단기적으로 탄력은 둔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국제 문제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설 연휴를 맞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는 있지만 막연한 불안감에 매도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박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최근 6개월째 박스권 상단이 되고 있는 1900대 초반에 진입한 만큼, 단기적으로는 주가 탄력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밝혔다. 그는 "시장의 눈높이가 높아져 미국 경제 지표의 주가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고 실적시즌 초반에서 발표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도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이 부담스럽다"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다만 유럽 위기에 대한 시장 반응이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며 단숨에 성공하기는 어렵겠지만 코스피지수가 박스권 상향 돌파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는 "유럽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이번주에 진행됐던 국채 발행이 모두 무난히 소화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며 "사실상 양적완화에 준하는 정책인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 프로그램이 당초 우려와는 달리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유럽재정 위기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지수가 상승할 여건이 무르익고 있다며 주식을 들고 설을 쇠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외국인 매수세가 확대되면서 지수의 방향성이 결정됐다"라며 "정보통신(IT)위주의 반등에서 벗어나 상승에 참여하는 업종 및 종목이 늘어나고 있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는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점쳤다. ECB의 3년 만기대출(LTRO) 시행 후 외국인은 종목별 매매를 지속하는 한편 비차익 거래를 통해 2조3000억원 가량을 매수, 상승세를 보인 업종이 기존 IT에서 여타 업종으로 골고루 분산됐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필두로 IT 업종에 관심을 두는 가운데 해외 건설 및 경기 회복 기대를 받고 있는 화학, 철강, 조선, 금융 업종의 순환매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중국 긴축 정책 변화의 수혜가 예상되는 중국 내수 관련주, 견조한 실적이 기대되는 IT업종에 관심을 둘 것"을 권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