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부터 서울대미술관서
이들의 화풍을 이어받은 네덜란드 근·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한국을 찾았다.
서울 신림동 서울대미술관에서 10일부터 시작되는 ‘네덜란드의 매직 리얼리즘(마술적 사실주의)’전에는 리얼리즘의 대가 카럴 윌링크를 비롯해 빔 슈마허, 라울 힌케스, 딕 켓, 필립 애커만, 마테이스 롤링, 레이몬드 휘스만, 실비아 휠링크, 베르나딘 스텐하임 등 43명의 작품 71점이 걸린다.
네덜란드 현대미술 80여년의 흐름을 소개하는 이 전시회는 ING은행 컬렉션에서 엄선한 작품만 골라 보여주는 소장품전이다. 1920년대 전후에 시작된 네덜란드 리얼리즘부터 최근 경향까지 현대미술의 발전 과정과 미래를 탐색할 수 있는 자리다.
마술적 사실주의 화풍의 1세대 작가 빔 슈마허(1894~1986)는 화면에 은회색을 즐겨 사용해 ‘은빛의 대가’로 불린다. 친구의 부인을 그린 1933년작 ‘아디네 미스의 초상’은 모래 언덕에 누워 있는 여인과 식물, 나비 등을 은빛 질감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카럴 윌링크(1900~1983)는 인물과 풍경을 아우르는 구상 미학을 전개했다. ‘르네상스 복장의 소녀’는 이탈리아 초현실주의 화가 조르조 데 키리코(1888~1978)의 형이상학적 회화 기법을 차용한 작품으로 네덜란드 구상 회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벨기에서 망명해 헤이그에서 활동한 라울 힌케스(1893~1973)의 ‘과일과 풍경이 있는 정물’은 돌담 위에 놓인 사과, 포도, 자두, 책을 빛과 어둠으로 대비시킨 작품이다.
원로 화가 마테이스 롤링(69)은 인상주의 화풍을 이어받은 2005년작 ‘정원-무언가 찾는 사람들’을 내놓는다. 그는 전통적인 미술 테크닉을 보여주며 북유럽 작가 다우위 엘리아스(60), 피에터 판데르(50), 피터 하트위그(49) 등 많은 화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정물화가 헹크 헬만텔(67)은 네덜란드의 강한 구상적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 그의 ‘석류가 있는 정물’은 대상 위의 빛과 그림자를 거칠게 그려 17세기 고전적 정물화를 떠올리게 한다.
30대 여성 작가 아이리스 반 동겐의 ‘비밀스런 Ⅳ’도 눈길을 끈다. 큰 뱀과 해골, 유령에 둘러싸인 여성을 통해 현대인의 악마성을 묘사한 이 작품은 파스텔, 목탄, 수채물감을 혼합한 재료로 종이에 그려 톡특한 공상적 감성을 느끼게 한다.
피터 반 포렐은 상반신 이미지를 만화처럼 그린 작품을 내보인다. ‘친구의 초상’은 초현실주의 장르와 비슷하다. 머리에 꽃이 피어나오도록 한 기법이 흥미롭다.
예룬 플레그 ING은행 서울지점 대표는 “서울시민에게 네덜란드 문화의 아주 독특한 부분을 소개하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한국에서 마술적 사실주의를 조명하는 첫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4월12일까지. (02)880-950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