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전설' 제리 양, 야후서 날개접다
제리 양이 야후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 2007년 어느 날. 야후는 내부전략회의에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강사로 초청했다. 야후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해서였다. 잡스는 “전략이란 무엇을 버려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라며 “야후가 앞으로 콘텐츠와 정보기술 중 하나에만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가 애플에 복귀한 후 다른 것을 포기하고 매킨토시 라인에 집중한 것처럼.

오는 25일 출간될 ‘인사이드 애플’이란 책에 소개된 내용이다. 하지만 제리 양은 잡스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야후는 콘텐츠 기업과 정보기술(IT) 기업 사이를 오가며 성장의 길을 잃었다. 그리고 17일(현지시간) 제리 양은 야후 이사회를 포함한 사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야후를 설립한 지 17년 만이다.

◆복귀 후 주가추락

제리 양이 CEO로 복귀한 후 야후의 성적은 참담했다. 인터넷 검색엔진 순위에서 구글에 밀려 2위에 머무르던 야후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검색엔진 빙에도 덜미를 잡혔다. 검색시장 점유율 14.5%로 15.1%를 기록한 빙에 밀려 2위 자리마저 내준 것. 전문가들은 빙의 상승세보다는 야후의 추락에 원인이 있다고 평가했다.

실적도 부진했다. 야후의 매출은 2008년 72억800만달러(8조원)를 기록한 후 계속 감소해 현재 60억달러 선에서 정체돼 있다. 주가도 맥을 못 췄다. 제리 양이 2007년 야후에 복귀한 후 야후 주가는 40% 이상 추락했다. 시장은 제리 양의 사임 소식을 반겼다. 야후의 매각협상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에 야후 주가는 장외거래에서 한때 5% 이상 급등했다.

◆자만심에 빠진 리더십

제리 양의 실수는 잡스의 충고를 무시한 데서 그치지 않았다. 야후 이사회는 지난해 9월 캐럴 바츠 CEO를 전화로 해고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CEO를 해임할 때는 직접 만나서 통보하는 게 관례이기 때문이다. 이 결정에 제리 양이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리 양의 ‘모든 것은 자신을 통해야 한다는 생각’이 야후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리 양은 스스로를 ‘치프 야후(Chief Yahoo·야후 우두머리)’로 부르며 회사에서 모든 역할을 자신이 독점하려 했다는 것이다. WSJ는 “야후 안팎에서는 제리 양이 주주들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영향력과 업적을 지키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MS의 야후 인수 제안을 거절한 것도 제리 양의 대표적 실수로 꼽힌다. MS는 2008년 야후 인수를 추진했다. 제시액은 475억달러에 달했다. 제리 양은 야후 가치가 그보다 더 크다며 반대했다. 이후 야후 주주들 사이에서 ‘반(反) 제리 양 정서’가 확대됐고 회사 경영난도 가속화됐다. MS의 인수액을 주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33달러다. 제리 양이 인수를 거절한 후 야후 주가는 3년 넘게 주당 20달러를 넘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터넷의 전설’로 불리는 제리 양의 업적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이라는 기술을 사업으로 만들고, 수십조원대 회사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선구자라는 평가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