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K5, 美 중고차값 어코드 '추월'
미국 시장에서 ‘옵티마’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 기아자동차의 중형 승용차 K5(사진)가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중고차 가격이 껑충 뛰어올랐다. 전문가들은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치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로 쓰이는 만큼 올해 미국 시장에서 K5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K5 중고차 가격 어코드 ‘추월’

18일 미국의 자동차 전문평가 웹사이트인 켈리블루북(Kelley Blue Book·KBB)에 따르면 기아차 2011년형 옵티마(K5)의 중고차 가격은 1만5700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1년형 혼다 어코드 가격(1만5450달러)보다 250달러 높은 수준이다. 미국 중고차 시장에서 기아차가 혼다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옵티마가 이처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지난해 K5로 모델 체인지를 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 2010년까지 로체 모델을 ‘옵티마’로 판매해 왔다. 이 모델의 중고차 가격은 1만350달러로, 혼다 어코드 2010년형(1만4113달러)에 비해 73% 수준에 불과했으나 올 들어 옵티마 대 어코드 간 중고차 값의 대역전이 일어난 셈이다.

혼다 어코드의 신차 가격이 2만1380~2만9630달러로 옵티마 2011년형(2만1000~2만6500달러)보다 높은데도, 중고차 시장에서는 2011년형 옵티마(K5)가 더 대접받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알렉 쿠티에르즈 KBB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새롭게 출시된 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차를 중고차로 구매하려 한다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며 “신차가 출시되면서 혼다 어코드를 확실히 능가했다”고 평가했다.

신정관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팀장은 “중고차 가격이 제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는 것은 그만큼 새 차에 대한 수요도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K5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8만4590대가 팔렸다. 2010년 로체(2만7382대)보다 3배 늘어난 수치다. 기아차는 올해 K5의 미국 판매량이 10만대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K5는 지난 5일 미국 자동차 거래 전문 인터넷 사이트 오토바이텔이 선정하는 ‘2012년 올해의 세단’에 선정되기도 했다.

◆“유럽 시장 올해 6% 가능”

현대·기아차는 침체된 유럽 시장에서도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해 시장 점유율 5%를 넘어섰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유럽 자동차 시장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4% 감소한 95만3000대를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차는 같은 기간 동안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0%, 7.2%씩 늘어난 3만대, 2만2000대를 팔았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유럽 시장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6% 늘어난 69만2089대로, 다임러를 제치고 8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시장 점유율도 5.1%로 전년 대비 0.6%포인트 늘었다.

전문가들은 △유럽형 신차 출시 △유럽공장 가동률 증가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 등이 현대·기아차의 지속적인 상승세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격적인 목표와 시장의 제한적인 성장을 동시에 고려하면 올해 점유율을 6%대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