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 해법' 두고 英-IMF 충돌
“유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이 더 노력해야 한다.”(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

“IMF가 무슨 돈이 있나. 각국이 스스로 펀딩해서 자금을 조달하라.”(데이비드 립튼 IMF 부총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유럽 9개국의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강등하면서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과 립튼 IMF 부총재가 맞붙었다. 16일 홍콩 전시컨벤션센터(HKCEC)에서 개막한 ‘제5차 아시아금융포럼(AFF)’에서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아시아’란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엔 전 세계 32개국 정부 대표와 금융계 최고경영자(CEO), 학자 등 2000여명이 참석했다.

◆“유럽 재정위기 계속될 것”

이번 포럼의 핵심 주제는 유럽 위기였다. 특히 오즈번 장관과 립튼 부총재의 설전이 눈길을 끌었다. 오즈번 장관은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IMF가 모든 멤버들을 동등하게 대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유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IMF가 더 분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립튼 부총재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IMF는 유럽 국가들을 도와줄 수조 유로가 없다”며 “유럽이 대규모 펀딩을 벌여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수밖에 없다”고 일축했다.

립튼 부총재는 이어 “추가 조치가 없는 한 자신감을 상실한 유럽 경제가 지속적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며 “IMF는 유럽 위기가 전이되지 않도록 아시아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금융계 리더들은 유럽 국가들이 이번 위기를 단기간 내 극복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셸 바르니에 EU 역내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유럽은 연방국가인 미국과 달리 수많은 국가들의 연합체여서 단일 대응책을 내놓기 어렵다”며 “향후 6개월간 다양한 개혁안을 추진하겠지만 너무 많이 기대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유로존 위기 해법' 두고 英-IMF 충돌

◆“중국 버티는 아시아는 성장”

유럽 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경제가 견조하게 성장할 것이란 게 중론이었다. 도널드 창 홍콩 행정장관은 “세계 시장이 좋지 않지만 아시아가 완충장치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며 “중국의 중산층이 급격히 늘면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바르니에 집행위원은 “2015년까지 전 세계 경제성장의 3분의 1을 중국 혼자서 담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는 “중국 성장률이 올해 9% 이하로 떨어지는 등 다소 주춤할 것”이라며 “그래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곳이 아시아 지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 위기를 어떻게 차단하느냐가 아시아지역 고성장의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기관인 중국발전연구기금회의 리웨이 대표는 “중국은 지난 10년간 19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한국을 비롯한 5개국과는 추가 협상을 진행 중”이라다”고 말했다.

홍콩=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