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일본 금융회사들도 유로권 국채를 시장에 내다 팔기 시작했다. 매각 대상 국가도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엔 최고 등급인 독일 국채마저도 털어내는 분위기다. 유로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으로 보유자산의 평가액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대내외 증권투자 현황에 따르면 작년 1~11월 중 은행과 보험 등 일본 금융권은 이탈리아 국채 및 지방채를 9873억엔어치 순매도했다. 프랑스 국채의 순매도 금액도 8635억엔에 달했다. 항상 매수 우위였던 독일 국채도 2조594억엔어치를 팔았다. 3개국 채권만 3조9102억엔어치 순매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화 대비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금융회사들의 평가손이 크게 늘어나면서 독일 국채마저도 대거 매물로 나오고 있다”며 “독일 국채의 작년 순매도 금액은 사상 최대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프랑스마저 신용등급이 하락, 유로 구제를 위한 독일의 부담이 가중됐다는 것도 매도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혔다.

일본 은행권의 유로화 표시 국채 매도세는 작년 하반기부터 더욱 강해지는 분위기다. 일본 최대 생명보험회사인 다이이치생명은 작년 9월 말부터 11월 상순까지 한 달 반 정도 기간에 유로 국채 보유잔액을 절반으로 줄였다.

유로화 채권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일본 국채로 흘러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 “유로 국채 매각으로 엔화 가치가 더욱 높아질 우려가 커졌다”고 보도했다. 외국인들의 일본 국채 매입 움직임도 거세다.

작년 한 해 동안 해외 투자자의 일본 단기 국채 순매입액은 전년 대비 2.5배 증가한 16조7395억엔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발표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최대치다. 중장기 채권 순매입액도 같은 기간 7배 이상 늘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